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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01 Archives

June 11, 2001

"A++" 학점 Report 만들기

1.등받이가 곧고 편안한 의자 및 밝은 조명이 가추어진 자리를 확보한다.
새필기구 열댓자루를 준비하고 책상에 앉는다.

2.숙제를 찬찬히 읽어보고 그 요지를 이해한다.

3.자판기에 가서 커피 한잔을 뽑아온다. 커피는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4.오는 길에 도서관을 한 번 삥 둘러본다.
친구가 있으면 다가가 숙제를 했는지 물어본다.

5.안했다면 데리고 나와 커피 한잔을 같이 하면서 숙제와는 상관 없는 얘기를 하며 마음을 정리한다.

6.했다면...자판기로 다시 가 700원 이상되는 캔을 뽑아다 준다.
글구 카피하기 좋게 리포트 알맹이만 빼온다.

7.밝은 조명에 편안한 의자, 새 필기구가 갖추어진 책상으러 돌아와 앉는다.

8.숙제를 다시 한번 숙독하고, 그 요지를 확실히 이해한다.

9.시작하기 앞서 화장실에 가 볼일을 본다.

10.화장실 거울에 이빨을 한번 비춰보고 자리에 가 앉는다.

11.워크맨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테이프를 넣고 잠시 마음을 정리한다.
이때 절대 잠들면 안되므로 눈을 감고 들어서는 안된다.
이 음악이 끝나면 숙제를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의 결심을 재차 재차 다진다.

12.테이프 앞판이 끝났으면 뒷쪽도 마저 듣는다.

13.가방안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테이프를 이름 순으로 가지런히 정렬한다.

14.테이프 정렬이 끝나면 잠시 친구에게 핸드폰을 때려 내가 이해하고 있는 숙제의 요지를 확인해 본다.

15.밝은 조명에 편안한 의자, 새 필기구가 갖추어진 책상으로 다시 돌아와 앉는다.

16.마지막으로 숙제를 다시 한번 숙독하고, 그 요지를 확실히 음미한다.

17.'박찬호 오늘 이겼나?'...등등 마음의 정리가 아직 덜 끝났으면 로비 신문대에 가서 혹시 새 석간이 나왔나 확인한다.

18.자리로 오는 길에 화장실에 들러 혓바닥을 거울에 한번 비춰본다.

19.밝은 조명에 편안한 의자, 새 필기구가 갖추어진 책상으로 다시 돌아와 맘 편히 앉는다.
이때 책상 밑에 내 새 필기구가 떨어지지 않았나 바닥을 살펴본다.

20.눈을 감고 나의 미래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본다.

21.끝으로 숙제를 다시 한번 정독한다.

22.빼끼기 시작한다.

23. "우씨, 이게 대체 뭔 글짜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외국유머를 각색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공부 안하고 빈둥빈둥 놀기만 했었는데 이 유머를 보니 제 생각이 딱 나더군요.

June 12, 2001

기억의 저편

평생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사소한(?) 것들

1. 칼칼나무 알아쇠니 술잡수구 수은백금 (화학시간에 배운 이온화 경향 순서)
2. 태종태세문단세 예선연중인명선...
3. 84244915(군번), 8333097(학번), 892286(사번)... 에구, 총번은 잊어버렸네.
4.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5. 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이게 진짜 죽기 전까지 안 잊혀질까?

June 15, 2001

오마이갓

오늘 아침 일찍 세미나에 갔다 왔습니다. 삼성역까지 가느라 잠도 1시간 덜자고....

코쟁이가 영어로 떠들면 옆에 서있던 우리민족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번역해주는 그런 세미나 였습니다.(다 알아 들을 수 있었는데, 혹시 잘못 이해할까봐 영어는 듣(리)지도 않고 번역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파워 포인트를 이용한 슬라이드 강의를 진행했는데...

갑자기 파워 포인트가 빡하고 나가버리더군요.

이때 이코쟁이놈이 한마디 하더군요
(오늘 유일하게 건진 한마디 입니다.)

"오우, 마이 빌게이트"

아무도 안 웃더군요, 저만 킥킥 웃었습니다.

June 28, 2001

생각의 차이

주말에 외식 한번하러 나갈려면,

마누라 "잠깐 얼굴 좀 고치고"

장장 30분이상 기다리게 해 놓고... 나와 하는 말

"어때요, 여보, 자연스러워 보여요" 하고 묻는다.

이때

"응" 하고 대답하면

내 생각 :
화장을 너무 못해(변신을 못해) 본래의 그 쌀벌한 맨 얼굴이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다.

마누라 생각:
화장을 너무 잘해 티가 안나 본래의 이 예쁜 맨 얼굴이 그냥 자연스럽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