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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02 Archives

May 1, 2002

18번

수민이가 오늘 유아원 숙제라며, A4 용지를 내밀더군요

'나의 아빠' 라는 아빠에 대한 신상 명세서를 적는 것이었습니다.

1.이름 : 소소
2.생일 : 음력 8땡
.
.
6.좋아하는 음식 : 회
7.노래방 18번 :

7번 항목에서 '18번이라 ㅡ.ㅡa'

잠깐 생각하고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적었습니다.

옆에서 보고 있던 형준이가 신기한 듯이 저를 쳐다 보며 한마디 하더군요.

"아빠, 어떻게 알았어요?"

May 10, 2002

형준이가 쓴 편지-하나

다음 편지는 2000년 어버이날 쓴 글입니다.

이때는 제가 외국에 나가 있어 엄마 한테만 썼더군요 ㅜㅜ

어머니께

어머니 안녕하십니까

어머니를 사랑하는 형준이 입니다

어린이날로 미니카를 사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어머니 건강하세요.

2000년 5월 6일

아들 형준 올림

형준이가 쓴 편지-둘

아들넘이 금년 어버이날 쓴 편지입니다.
아들넘이 쓴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사랑하는 부모님께

안녕하세요. 엄마. 아빠 (ㅡㅡa, 서열이 엄마가 먼저군요)

엄마, 아빠의 아들 형준입니다.

메일메일 동생을 괴롭히고 엄마, 아빠 속석이는 저는 엄마, 아빠 한테 꾸증을 많이 들읍니다.

그리고 메일 엄마, 아빠께 반말하고 심부름을 하라고 해도 거절하는 저는 엄마, 아빠 아들 될 자격이 없습니다. (@@)

앞으로는 말 잘 듣고, 심부름 잘하고, 하고 싶은 것도 참을 줄 아는 형준이가 되겠습니다.(작심 10분 이더군요)

2002년 5월 7일

형준올림

그리고 편지 말미에 요상하게 생긴 사람 그림 그려 놓고 이렇게 써 놓았더군요.

'어무니, 아부지'

형준이가 쓴 편지-셋

부모님께

부모님. 안녕하십니까?

겨울이라서 날씨가 아주 춥죠?

그래서 감기가 많이 걸리는 계절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추우신데도 저와 동생을 키워 주십니다.

예전에는 아빠가 맥시코에 1년 반 있었을 때 제가 엄마말을 않들었었습니다.

그때 저는 맨날 때쓰고 졸랐었습니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않났는데 지금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맨날 동생 울리고 괴롭혀서 잘못했습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2001년 12월 10일 월요일

형준올림

이상하게도 애들은 편지 쓰면 항상 반성문을 씁니다.

May 16, 2002

메신저

마눌님은 하루에 평균 다섯번 정도 회사로 전화를 합니다.
이 인간이 회사 간다고 하고 딴데 가서 딴짓 하고 있나? 해서요. ㅡㅡ;

전화비용 절감 차원에서 뒤늦게나마 메신저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인터넷 초보인 사람에게 메신저 가르친다고 애좀 먹고 나서, 저번주부터 개통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젠 일을 못하겠더군요. ㅜ.ㅜ
공짜라고 가르쳐 준 걸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한 글자당 1원' 이라고 했어야 되는데

그래도 목소리 듣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ㅡㅡ;

어제 저녁에 퇴근하니 한마디 하더군요.

"공짜라 편하고 좋은데 타이핑하기가 귀찮아. 자기야!(ㅡㅡ;) 예전처럼 그냥 전화로 하자"

"무슨 소리하는 거야? 타자 치는 것이 손운동에 도움이 되서, 치매예방에 얼마나 좋은데"

아무 생각없이(?) 말한마디 했다가

이제 좀 붓기가 가라 앉았군요.ㅜ.ㅜ

May 30, 2002

감자탕

감자탕은 허름한 대포집 분위기에서 먹어야 제맛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살도 있는둥 마는둥 사람 감질나게 해야 제맛이 나오구요.

집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에 유명한 감자탕집이 생겼다는 정보를 입수한 마님께서 주말 저녁에 가자고 하더군요.

'얼마나 맛있게 하길래???' 가보았더니 장난이 아니더군요.
유명 고기집처럼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고, 감자탕집에 애들 놀이방, 공짜 아이스크림, 비싼가격,
'아~ 이거 소실적 먹던 서민 음식이었는데 이젠 감자탕집도 기업화가 되가는구나'

여하튼 잠시후 주문을 하고 큰 그릇에 나온 걸 보니 고기반 뼈반이더군요.
생각보단 맛있어 보이고 군침이 돌더군요. ㅡ.ㅡ;
보글보글 끓을려고 딱 폼을 잡는데, 마님 왈

"아이고, 여보, 큰일났어. 까스불에 보리차 얹어 놓고 왔어"

@.@

마님보고는 애들하고 먼저 먹으라고 하고 죽으라고 밝고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집, 연기는 안나는지,, 아이고 이거 불나면 그지되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나더군요.
다행히 물만 쫄고 주전자만 달구어져 있더군요.
'내 이 마누라를' 피가 거꾸로 솟았습니다.

다시 시동을 걸고 감자탕집으로 질주.
'어떻게 해야 이 마누라를 따끔하게 혼내줄까????'
이런 생각으로 꽉찬 머리가 감자탕 집에 가까와지니깐 이렇게 바뀌더군요.

'설마 그 맛있는 감자탕을 혼자 뚝딱 먹어 버리진 않았겠지?'

가게문을 박차고 들어서니 애들은 없고 집사람 혼자서 감자탕 그릇앞에 조용히 앉아 있더군요.
한 30분 정도 걸린 시간동안,사람도 많아 빨리 먹고 자리를 빼야되는 상황인데, 애들은 놀이방에 보내고 까스불을 쬐끔 올려 놓고 종업원 눈치보며 보글보글 끓이고 있더군요.

그런 마누라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말 밖에 없더군요.

'왜 먼저 먹지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