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일감정 | Main | 오.필.승.코.리.아. »

자식사랑

요즘 형준이가 엄마한테 엄청 시달리고 있습니다. 엄마가 공부해라,공부해라 말로만 경고를 하다가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발단은 기말고사 보기전에 학교에서 쪽지시험을 계속보았는데, 엄마말로는 점수가 거의 바보 수준이랍니다. ㅡㅡ; 컴퓨터 금지(아! 나한테도 이런 벌칙이 내려지면 ㅠㅠ)서부터 조목조목 행동지침강령이 형준이에게 하달되었습니다. 그렇게 아들을 들들 볶아대던 마님께서 어느날,회사에 있는 저에게 메신저를 보냈습니다.

'지금 앨범정리를 하고 있는데 형준이 어렸을 때 사진 보니까 너무너무 귀엽고, 이 귀여웠던 내 자식을 요즘 너무 드세게 잡아 키우는 것이 아닌지 마음이 째지는 것 같다고. 오늘부터 잘해주기로 마음을 바꾸었으니 나도 동참해라'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래, 오늘부터 형준이를 정말로 정말로 예뻐해주고, 혼내지말고, 맴매하지 말고(ㅡㅡ;;) 잘 대해 주자' 둘이서 굳게 결심을 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제가 형준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조목조목 마님께 보고하고 퇴근하면 바로 행동으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퇴근해서 문을 열자 아들넘은 보이지 않고 마님만 현관에 서있더군요.

마님에게는 "형준이 뭐해?" 라며 짧게 인사말을 건내고 "형준아~ 아빠 왔다. 아빠 왔는데 인사도 안하냐?" 라며 들어서는데 우리 귀여운 아들넘은 지 방에서 풀이 죽어 "아빠, 다녀 오셨어요" 하면서 나오더군요.

ㅡㅡa

그런 귀여운 내 자식을 보자마자 마님은

"됐어, 조형준. 들어가서 공부해" 라며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는데 그분위기가 마치 콩쥐를 대하는 팥쥐엄마 같았습니다.

'어? 이게 아닌데' 저는 혼자서 어찌 된 영문인지 마님 얼굴만 쳐다보았습니다.

"재는 바보야. 바보. 오늘 학교에서 시험 봤는데 자석에 붙지 않는 물건을 냉장고라고 답을 썼대. 야~ 이넘아. 넌 눈도 없냐? 저기 냉장고에 엄마가 자석으로 붙여 놓은 것 보이지도 않아"

거의 발악을 하더군요. ㅠㅠ

에구, 불쌍한 우리 아들. 작심삼일도 못가는 엄마를 만나 고생하는구나.
냉장고 그 큰넘이 쬐깐한 자석에 어디 붙겠냐? 그치 형준아?

*옛말에 자식은 부모를 버려도 부모는 자식을 못버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식이 밉기야 하겠습니까?
그래도, 말안들어 속썩이고 공부못해 속썩이면 앨범을 꺼내 보세요.
우리 애가 얼마나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웠던지, 그때의 그런 부모마음으로 커가는 애들을 다시 한번 돌아다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