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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02 Archives

July 1, 2002

숫자공부

수민이가 이젠 제법 한글도 잘 읽고 숫자 셈도 쬐금 할 줄 압니다.

"아빠! 일 더하기 일이 얼마인 줄 알아?" "이지"
"아빠! 이 더하기 이가 얼마인 줄 알아?" "사지"
"그럼, 아빠! 사 더하기 사가 얼마인 줄 알아?" "팔이지"

여기까지는 자기도 내가 한 말이 틀렸는지 맞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내가 이, 사, 팔... 답을 하면 두 손가락으로 혼자서 셈을 해보고 "딩동댕"을 해줍니다. 그러나 십이 넘어가면 신체의 한계에 도달해 더 이상 셈이 안 됩니다.

오빠하고도 셈놀이를 합니다. 오빠가 수민이 수준에 맞추어 놀아 주다가,

"그럼 너 천 더하기 오백 더하기 삼백 더하기... 얼마게?" 이런 식으로 골탕을 먹입니다.

지도 모르는 문제를 어린 동생에게 내어 골려 먹는 조형준. 엄마한테 공부 못한다고 맞아도 쌉니다. 한 성깔하는 수민이도 오빠가 이런 식으로 판을 깰려고 하면 솟아오르는 분노를 자제 못하고

"그럼 오빠! 일 더하기 천 더하기 천 더하기 이 더하기 천 더하기... 얼마게?"

이런식으로 알고 있는 숫자를 다 동원해서 바로 반격을 개시합니다. 형준이넘 잠시 생각하는 척 하면서, "음... 오백" 하고 시원스럽게 오답을 정답처럼 내어 놓습니다. 수민이는 잠시 지 손가락을 꼬물거리다가 풀이 죽은 얼굴로 변해 오빠에게 한마디 합니다.

"Emoticon: Thinking smile 오빠! 정말이야?"


*수민아! 남자는 다 거짓말장이고 늑대란다.

July 8, 2002

하나님, 아픈 아이들 모두 빨리 낫게 해 주세요

형준이가 오늘 퇴원을 했습니다.
저번 금요일날 학교에서 쓰러진 후 정확히 3일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입원이 아마도 6번째인거 같습니다. 정기적으로 매년 한번씩 원인불명의 심한 구토를 합니다. 이번에도 원인규명을 못하고 왔습니다. 그동안 진단결과가 가성뇌수막염, 정신적 스트레스, 소아 위궤양등등, 병원마다 다 틀립니다. 어린 것을 벌써 3번째 위내시경을 했는데도 뚜렷한 증상이나 이상원인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피까지 토해 너무 놀랐었는데,, 구토를 너무 심하게 해서 식도 점막이 손상되어 출혈이 있었다고 합니다.

애기가 병원에 입원하면 제일 힘든 사람이 엄마입니다. 좁은 병실에서 하루종일 뒷바라지를 해야 하니, 오늘도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입원했던 병원이 기독교계열 대학병원이라 어제 일요일 병원예배가 있었나 봅니다. 저희 가족은 종교가 없는데 저녁식사후, 형준엄마가 읽어 보라며 병원주보를 주더군요.

거기에 실린 임충현이라는 10살짜리 꼬마의 글입니다.

제목 : 하나님, 아픈 아이들 모두 빨리 낫게 해 주세요

하나님!
저는 뇌종양으로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하여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렇지만 참고 끝까지 잘 견디었어요.
집에서 학교도 다니고,
엄마랑 누나랑 함께 교회도 열심히 다녔어요.

그런데, 다시 재발하여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다시 받고 있어요.
병원에 와보니,
지혜누나, 태희 형, 혁이 형을 비롯해서
많은 친구, 동생들을 반갑게 만났어요.
모두들 열심히 치료를 잘 받고 있었어요.
엄마, 아빠와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열심히 기도를 해 주어서 그런가 봐요.

하나님!
지금 병준이가 많이 아파요.
하나님께서 병준이가 빨리 나아서
저와 같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하나님!
제가 밥을 안 먹는다고
엄마와 매일 다툽니다.
이젠 밥도 잘 먹을께요.

하나님.
아픈 아이들 모두 빨리 낫게 해 주시고
모두 예수님 잘 믿고
구원받도록 인도해 주세요

제가 이글을 옮겨 적는 이유는 하나님 얘기를 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종교 이야기가 아니고 글 중에 나오는 '병준'이라는 꼬마입니다.
올해 6살 되었습니다. 뇌종양으로 1년을 넘게 그병원에 입원했었고 몇달전 상태가 좋아 퇴원했었는데 이번에는 척추로 암이 전이되어 지금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지해서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수술도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종교를 가지신 분들은 이런 것도 다 절대자의 뜻이라고 운명적으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이세상에 끈질기게 살아가는 못된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꼬마들을 거두어 가시는지,
제가 절대자에게 가장 묻고 싶은 것입니다.

병준이는 형이 한명 있습니다. '병혁' 이라고 형준이 친구입니다.

그리고 병준이는,수민이 친구입니다.

"하나님, 아픈 아이들 모두 빨리 낫게 해 주세요."

July 9, 2002

계란 후라이

자식 두넘이 둘다 아토피 체질입니다.
의식주 전반에 걸쳐 아토피 고치는데 필요한 사항들이 책으로까지 나올 정도이니,,아예 먹이지도 말고 입히지도 말아야 할 정도로 아토피는 고치기가 까다롭습니다.

먹는 것중에서는 계란이 제일 안 좋다고 합니다만
이두넘 계란을 제일 좋아합니다.
날계란, 찐계란은 거들떠도 안 보고, 오직 계란 후라이.
어렸을 적 어머니가 도시락 밥위에 얹어 주던 바로 그 계란 후라이를 제일 좋아합니다.

엄마도 계란이 이넘들 몸에 안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가끔씩은 못이기는 척하고 제 눈치를 보면서 밥상에 올려 놓습니다.
애기엄마는 계란 후라이를 할 때 노른자를 항상 바싹 익혀 올립니다.
어른들이야 덜 익었어도 후루룩~ 들여 마시면 되는데 애들은 반숙이거나 익지 않으면 약간 비릿내도 나고 밥위에서 그냥 터져버려 제대로 먹지를 못합니다.

하루는 계란후라이를 해서 애들 밥위에 하나씩 올려 주었는데

수민이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한마디 하더군요.

"엄마아, 내건 다 녹았어, 으앙 Emoticon: Crying smile"


*애들이 하는말을 잘 들어보면 이렇게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때가 많습니다.
나만 그러나??? Emoticon: Thinking smile 어른들도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July 11, 2002

누굴 위해 먹나?

초복입니다.
빠듯한 월급쟁이들이 비싼 개고기 먹기 힘든 줄 아는 우리 팀장님은 매년 여름 복날을 맞이하여 팀회식을 합니다.
부서 회식비 챙겨 두었다가 오늘 한번에 다 푸는 거지요.

여느때처럼 오늘 점심식사후 마님이 전화를 했습니다.

마님: "언제 올꺼유?"

소소: "오늘 회식 있사옵나이다. 마님."

마님: "그럼 오늘 늦겠네? 뭐 먹으러 가는데?"

소소: "개고기인줄 아뢰오"

마님: "알았어요~여보오. 목욕재개 하고 기다릴께~ (^^*)"

소소: ㅜ.ㅜ

*후기
배바지를 먹고(ㅡㅡ;), 부서 단체로 'MIB2' 영화 보고 집에 11:30분 도착.

반갑게 맞아주는 우리 마님.

마님 : "많이 먹었어?"

소소 : (한 번 팅겨 볼려구)"입맛이 없어 쬐금 먹고, 부추, 깻잎만 집어 먹었어"

마님 : "아니, 고기를 먹어야지. 풀쪼가리만 먹고 오면 어떡해?"

나이가 먹을수록 더욱더 재미 있어지고, 사랑스러운 마님입니다. ^^*

July 18, 2002

젖은 낙엽

아침부터 마님에게 하찮은 일에 대해 쫀쫀하게 한마디 했더니 Emoticon: Embarassed smile

"으이구, 지금부터 그러니 나중에 정년퇴직하고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얼마나 말이 많을까?" 하더군요.

어이가 없어서 "앞으로 20년후야. 벌써부터 걱정하고 그래?"

출근준비 한다고 옷가지를 챙겨 있으면서 답을 했습니다.

이어지는 마님의 충격적인 한마디 "남자는 늙으면 '젖은 낙엽'이래"

잉? 젖은 낙엽?????

"그래, 젖은 낙엽이야. 젖은 낙엽은 잘 안떨어지자나.

그래서, 남자는 영감되면 마누라 옆에 딱 붙어서 안 떨어진대. 얼마나 귀찮겠어?"

Emoticon: Thinking smile

충격이더군요.

일평생 가정을 위해 봉사한 남자를 귀찮은 젖은 낙엽으로 취급한다는 것이...

정말 여자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낙엽이 되더라도 젖은 낙엽은 안 되어야 할텐테...

20년 후의 일을 지금 우찌 알고

걱정이다. 나중에 맞지나 않을런지 Emoticon: Crying smile

July 20, 2002

약아지는 조수민

여수에 출장간 사이에 엄마와 수민이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나 봅니다. 엄마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옮겨 적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수민이는 전날에 엄마가 사다 놓은 과자를 만지작 거립니다.

엄마가 안된다고 따끔하게 야단을 쳤는데도 수민이 손은 여전히 과자 곁을 떠나질 못하고,,

과자 봉다리 끝자락만 잡고 만지작 만지작,

어떻게 하면 이걸 먹을 수 있을까?,

지딴에 고민고민하다 이 여시가 엄마 들을라고 혼자 계속 중얼거립니다.

"과자는 오래 두면 썩는데,과자는 오래 두면 썩는데"


수민이가 만지작 거리던 과자

6살인데 수민이가 여시가 되었습니다.

July 31, 2002

존댓말

어느 집에 가보면 어린애들이 엄마아빠한테 꼭 존댓말을 씁니다.

엄마아빠 서로도 존댓말로 대화를 나누고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나이가 먹어 노망이 들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이 부러울 때가 있더군요.

엄마하고는 10년을 같이 말놓고(?) 살아 고칠 수는 없지만,

왜 진작 형준이 수민이에게 그런 교육을 시키지 않았을까????

아마도 어릴때부터 부모한테 존댓말 쓰게 하는 것은 꼭 옛날 보수적인 집안의 잔재같고

부모와 자식간의 정이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었나 봅니다.

요즘 엄마가 형준이 수민이 한테 존댓말 교육을 시킵니다.

갑자기 엄마 마음이 바뀌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수민이 방학숙제입니다. ㅡㅡ;

엄마아빠한테 존댓말을 써야지 '착한 어린이' 스티커를 붙여 주거든요.

엄마가 애들에게 일장 훈시를 했습니다. 이렇고 저렇고 궁시렁 궁시렁,

훈시가 끝나고 엄마가 재차 다짐을 받습니다.

"조형준 알았어?"

"알았어.......요"

"조수민 너도?"

"네... ('' )( '')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