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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장마가 끝났고 여름이 다시 왔는지 한여름같이 덥다.
어제 퇴근 시간. 떠밀려 실린 지하철은 콩나물 시루 같이 사람들이 많았다.
덥다. 그나마 에어컨이라도 빵빵하게 나오니 다행이다.
읽고 있는 책 한권의 자리를 마련한 다음 고개를 파 묻고 독서의 잠에 빠져 들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주위가 좀 선선해지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고 이젠 제법 서있을 만한 공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만치에 명당자리가 눈에 띤다. 마치 원형 탈모같이 그자리만 뻥 뚫려있다.
사람을 헤치고 자리를 잡았다.
금상첨화라고나 할까? 어여쁜 아가씨가 바로 옆에 서있다.vㅡㅡv
이제부터는 편안하게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생각없이 책만 보면 된다.

그런데,
아가씨가 자꾸 나를 쳐다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내 옆머리나 볼따구니에 뭐가 묻었나보다.
손으로 슬쩍 머리도 다시 넘기고 볼도 한번 비벼본다.

그래도 쳐다보는 느낌이 든다.
눈은 책에 가있는데 머리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고개를 한번 돌려 정말로 내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그러다가 눈이라도 딱 마주치면, 관두자. 책이나 읽자.

혹시나... 하고 유리창을 한번 보았다.
유리창에 비친 모습을 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안뵌다. 사각지대에 서있다. 된장,
그렇게 짧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아가씨가 내 팔을 톡.톡. 건드린다.

@.@.찌.리.리.리.빠.샤.빠.샤.@.@.

오래 살고 볼일이다.v(ㅡㅡ)v

"저기요, 아저씨"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을 보았다.

살짝 미소를 띤다. @.@.찌.리.리.리.빠.샤.빠.샤.@.@.

"네?" 목소리를 좀 깔았다. ㅡㅡ;

"그 자리요, 위 에어컨에서 물 떨어져요"

너무 늦었다.

이미 내 어깨에는 방울방울이 만나 커다란 호수가 하나 만들어졌다.

'우씨! 진작 좀 말하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