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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여섯번째 이야기 - Not Ballad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고등학교 당시에 반에서 Rock 음악을 들던 친구들은 전교에서 극소수였다. 락 음악이 아직까지는 그 세대 코드에는 맞지 않았던 문화였나 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좋아하던 친구들과 어울렸고 만나서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음악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락을 모르던 많은 친구들도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몇 몇 락음악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는데, 이름하여 ‘락발라드’라는 것이었다. 락음악 중에 우리 정서에 가장 잘 맞는 그런 음악, 선율이 감미롭거나 애달픈 그런 음악, 전자 음향보다 어쿼스틱이 주를 이루는 음악… 락그룹의 앨범 수록곡 중 이런 류의 음악은 락발라드 라고 따로 명명되어 쉽게 접할 수가 있었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락발라드’라고 따로 명명하는 곡들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오지 오스본(Black Sabbath 보컬)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She is gone’ 혹은 ‘Change’ 라는 노래는 알고 있었으며 Deep Purple이라는 그룹에 대한 지식은 없어도 그들의 노래 ‘Soldier of fortune’ 정도는 알고 있었다. 요즘으로 말하면 Guns N’ Roses는 몰라도 ‘November Rain’은 알고 있다고 표현하면 될까?

그러나 나는 시끄러운 노래에 더 매력을 느꼈다. 방황하던 학창시절 밤늦게 흘러나오는 조용한 감미로운 음악들은 나를 오만 잡생각의 늪으로 빠져 들게 했다. 그대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쉽게 잠에 들 수 있었다. ㅡㅡ; 그런 노래를 들으면서 잠을 취하는 내 나름대로의 방법은... 한 악기의 음만 귀 기울여 듣는 것이었는데 주로 드럼의 비트만 들으려고 노력했었다.

음악에 대한 나의 열정은 또 다른 세계로 나를 유혹하였다. DJ를 하고 싶었다. 고3 겨울 방학 때 우연한 기회에 돈암동에 있는 유명한 레스토랑의 시간 땜방 DJ의 자리를 무보수로(담뱃값과 차비는 받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ㅡㅡ; 메인 DJ 다음 시간인 20:00~22:00 까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그러나 오밤중에 레스토랑에서 시끄러운 락음악을 틀어 댈 수는 없는 노릇, 밤늦게 찾아와 염장 지르는 연인들을 위한 노래만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똑같은 곡을 매일... ㅜㅜ 지겹도록 락발라드를 골라 틀어 주고 그것도 시끄럽다고 하면 그야말로 분위기 뻥~가게 만드는 감미로운 팝송(Easy Listening)들을 선곡해 들려 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오후... 임시 땜방으로 낮시간에 음악을 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벼르고 벼르던 시간이 온 것이다. ㅡㅡv 지금 기억으로는 13:00~14:00 까지 한시간 정도를 뽀샤지는 락음악을 틀은 것 같다. 리퀘스트 곡은 안틀어 주었다. 아싸~~

그런데...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뮤직박스 앞으로 오더니 “아니 여기가 무슨 고고장이예요? 시끄러워 앉아 있을 수가 없잖아요” 라며 발광을 했다. ‘무식한 중생아! 락도 모르냐? 이게 우찌 고고장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이냐?’ 라고 한마디 해주려는 맴이 굴뚝 같았으나 ‘손님은 왕’이라는 업소규칙에 따라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지배인한테 뒤지게 혼났고... 몇일 버티다 쫓겨났다. ㅠㅠ

* 생각나는 조용한 노래 몇 개
1. Question - Manfred Mann’s Earth Band
2. Julia Dream - Pink Floyd
3. April - Deep Purple
4. Poor Man’s Moody Blues - Barclay James Harvest
5. July Morning - Uriah Heep
6. Polonaise - John & Vangelis
7. Taunta - Mountain
8. Autumn - Strawbs
9. Taste Of Neptune - Rose ...

Hero and Heroine

'Autumn' 이 실린 스트롭스의 앨범이다. 포크락쪽 냄새가 좀 더 나는 것 같은데... 포크 계열인지 프로그레시브 쪽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이 노래를 첨 들은 것은 아마도 성시완이 강력 추천해서 들었지 않나 싶다. 성시완이 DJ 했던 MBC 심야방송(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다)... 감회가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