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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수민이가 유치원에서 누에 두마리를 가져왔다.

한마리는 고치가 되면 실을 뽑아 유치원에 가져오고, 다른 한마리는 나방이 될 때까지 잘 키우라고 선생님이 그러셨단다.그리고 누에를 키우는 방법에 대한 설명서도 가져왔는데, 그걸 읽어 본 수민이가 아빠에게 부탁을 했다.

수민 : "아빠, 누에는 스트레스 받으면 안된대요. 따라서 집에서 큰소리로 말하지 마세요. 그리고 담배연기 제일 싫어 하니깐 담배 피면 안되요."

아빠 : Emoticon: Embarassed smile

매일 누에 먹이로 뽕잎을 넣어 주며 1주일간 정성껏 키운 귀여운 누에가 금요일과 일요일 각각 하늘나라로 갔다.
예전에 금붕어가 죽었을때 수민이가 엉엉 울던 생각이 나 '어떻게 수민이에게 이 사실을 알릴까?' 고민했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수민이가 담담히 그 사실을 받아 들였다.

잠 잘 시간이 다 된 늦은 밤,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목욕을 마친 수민이가 곁으로 다가와 아빠에게 말을 했다.

수민 : "아빠! 누에가 스트레스 받아 죽었나봐요"

아빠 : "아냐, 아빤 소리도 안지르고 담배도 안피웠는데?"

... 기운이 없는지 아무 말없이 수민이는 엄마 곁으로 갔다.

사실은... 누에가 죽은 모든 원인은 아빠에게 있다.
큰소리를 쳤거나 누에 앞에서 담배를 피운 것이 아니었다.
엄마가 목요일 저녁에 누에 똥 치우라고 했는데 누에집을 본 아빠가 너무 지저분하다고 그동안 누에들이 아늑하고 포근하게 깔고 지내던 뽕잎을 다 치워 버리고 딸랑 뽕잎 2장만 넣어 주었다.
아빠는 그렇게 해주어야 누에가 깨끗한 방에서 더 잘 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아마도 담배를 핀 후 니코틴이 잔뜩 묻은 손으로 누에 방청소를 해 준 것이 틀림없었다.

오늘 엄마한테서 전화가 왔다.
유치원 선생님이 누에가 죽은 아이들에게 다시 누에를 나눠 준다고 했단다.
정말 다행이다.

미안하다, 수민아. 아빠가 다시는 누에 안 만질께.

Comments (6)

이 기회에 아예 담배를 끊으시죠?

누에도 누에지만 수민이도 만지지 마세요 =.=

담배 끊으세요...화이링~~

소소님같은 아빠들이 많았나봐요~(엄마였던 집이 있을지도..) 다시 나눠주기로 한걸 보면..^^

그 유치원에 확인해 보니,
한마리 남아있던 것 누군가의 집에 다시 나눠 줬다는군요.

저희 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