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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열두번째 이야기 - ?

친구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선물 할려면?
Audio 파일을 구해 CD에 구워 주면 된다. 수십 번이 되더라도 한장 굽는데 채 5분이 안 걸리니 언제든지 쉽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다.

많은 친구들에게 음악선물을 했었다.
LP를 텐 테이블에 얹고 녹음 테이프를 카세트 데크에 꽂은 다음 레코딩을 시작하고 노래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타이밍 맞게 Stop 버튼을 누르고 다시 LP판을 바꾸고...
한두 번도 아니고 수십 번을 이런 작업을 한 기억이 난다. 60분 짜리 테이프 하나 녹음하는데 90분은 족히 걸리는 그런 단순 반복작업을 뭐가 그리 좋았는지 주말마다 한 기억이 난다.

허송세월... 술먹고, 당구치고, 녹음하고... 그런 기억 밖에 없다.

친한 친구 한 놈이 있었다. (이하 내용은 이 놈의 기억과 회상을 토대로 구성한 내용임)
군대 가기 위해 휴학을 같이 한 후 둘이서 근 1년을 맨날 만나 바둑두고 당구치고 술먹고 지낸 친구다. 이 놈한테 녹음을 해준 적이 있었는데… 녹음을 해준 테이프를 늘어지도록 우려 듣고 난 후 지겨울 때가 되어서 지 여자친구에게 넘겨 주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성격차이(?)로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되었고... 내가 먼저 군대를 가게 되어 지구에는 이 놈 혼자만 남게 되었다.

혼자 외로움을 술로 달래며 하루를 근근히 버티던 이 놈이 어느날.
술 한잔을 걸쳤는지 안 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헤어진 여자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우리 다시 만나 새출발하자'고?

헤어진 여자 친구한테 전화를 한 이 놈이 한 말은

“야! 내가 준 테이프 다시 내 놔” 였다.

지구상에 홀로 남게 된 이 놈이 가장 그리워 한 것은… 여자가 아닌 벗이었다.
맨날 만나 지내던 친구가 갑자기 없어지자 그 공허함을 친구가 녹음해 준 그 음악을 들으면서 친구를 회상하려고 했다나 (미친 놈 ㅡㅡ;)

당시 녹음 해 준 곡 중에 기억나는 곡이 있다. 기타를 좋아했던 그 놈이 좋아했던 곡 Heaven and Hell도 있었고... 시끄러운 락은 아니었지만 나도 상당히 좋아 했었던 곡... Manfred Mann's Earth Band의 Questions 가 아마도 A면 첫 곡이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