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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03 Archives

October 1, 2003

도루묵과 땅강아지

아버님께서 바닷가 출신이라서 그랬는지 어려서부터 생선을 많이 먹었다. 특히, 어머님께서 구워 주신 꽁치를 깍두기와 함께 맛있게 먹던 기억은 아직까지 내 기억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가끔 밥상에 올라 오는 생선중에 도루묵이라는 것이 있었다. 알이 굵직굵직했던 기억이 나고 어린 나의 입맛에는 좀 별로 였었던 것 같은데... 아직까지 내 기억속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면 흔한 생선이라 하도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며칠 전 밥상에 앉아 마누라가 해 준 생선요리를 먹다 갑자기 이 도루묵이라는 놈이 생각났다. 그 흔하던 그 놈이 지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요즘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볼 수가 없다. 옛날 우리집에서 하도 먹어서 멸종되었나?

나이가 들다 보니 이렇게 가끔 불쑥 기억의 창살을 끊고 빠져 나와 나를 그 옛날로 다시 끌고 들어 갈려는 것들이 있다.

그 많던 땅강아지는 다 어디 갔지?

PC방에서

형준이와 PC방에 갔다.
PC방 한 번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해서 데리고 갔다.
집에는 컴퓨터가 한 대뿐이라 스타로 아빠와 한 판 붙어 보고 싶어도 못해 보았는지 컴퓨터에 안자마자 스타 한 판 결투를 신청한다.

무한맵으로 하나 골라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 시작하자 마자 메세지가 날라온다.

Message : show me the money

ㅋㅋ... 가소로운 자슥...

"형준아 여기서는 치트 안된단다"

형준이의 찌끄러진 표정을 확인하고 게임을 해 나갔다.

테란으로 공격진영을 갖추고 선전포고를 하자,

"아빠 인구수 200까지 쳐들어 오기 없기다" 라는 룰을 만들어 낸다.

200까지 만들고 기다리다가 나가서 담배한대 피우고 화장실 가고...

그러고 왔는데도 형준이는 아직 200을 못채우고 헤매고 있다.

형준이 화면을 보니... 프로브 열개 정도가 열심히 퍼 나르고 있다. ㅡㅡ;

.... 이윽고 최후의 결전이 시작되었다.

난 베틀 2부대+골리앗 소수로 공격을 감행하는데 형준이는 질럿+아콘 조합이다.

30초만에 끝났다.

October 2, 2003

객관식 문제

수민이가 유치원에서 가을 운동회에 대한 가정 통신문을 가져 왔습니다.
언제 어디서 운동회를 하니 학부모님들의 협조를 바란다는 그런 내용이었고, 말미에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정확치는 않지만 대충 비슷합니다.)

* 운동회날 참석하시는 가족을 표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아버지 ( )
2. 어머니 ( )
3. 형제 (누나,오빠,형,언니)
4. 할아버지 ( )
5. 할머니 ( )

운동회 참석인원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였는데 이를 본 수민이가 고민에 빠졌습니다.
참석하는 모든 가족에 대해 괄호안에 동그라미를 치면 되는데...
그동안 학습지등의 문제를 통해 이런 객관식 질문은 한가지에만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

아빠에다 동그라미를 그리면 엄마가 슬퍼할 거고 엄마에다 하면 아빠가 슬퍼할 거고

그래서 수민이는 오빠에다 동그라미를 했답니다.

October 5, 2003

[이벤트]20년후 형준이의 모습

형준이 담임 선생님께서 과제를 내주셨습니다.

'앞으로 20년 후의 나의 모습을 그리시오'

장난꾸러기 남자놈들은 20년후의 자기 모습을

노숙자, 테러범 등으로 그림을 그렸답니다. ㅡㅡ;

혹시나 형준이도 그렇게 장난으로 했을까봐 엄마가 형준이에게 사실 확인에 들어 갔습니다.

"형준아 20년후에 너의 모습 그리기에서 너는 무엇을 그렸니?"

"( )을(를) 그렸어요"

이 말은 들은 엄마는 형준이가 장난을 치지는 않았구나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섬뜩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 문제가 상당히 쉽습니다. ^^
정답을 맞추시는 분께는 장고에 들어간 노병님을 대신하여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인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October 6, 2003

엠디디

엠디디라는 낯선 아이디에 대한 설명을 마님에게 했습니다.

"영어로 MDD라는데 혹자에 의하면 '물딩딩'을 의미 한다더군.
추측컨대 근육이 별로 없고 '살로우만' 체질인 사람...
아마도 그래서 물딩딩일꺼야. 물컹물컹 딩글딩글..."

엠디디님의 실물을 보고 온 마님이 말했습니다.

"나도 내 아이디 하나 만들었어. MDD2(엠디디투)"

^^;

October 8, 2003

조수민 해설위원

고양 종합 경기장 개장기념으로 열린 2004년 올림픽 예선전 한국:홍콩 경기를 관람하였다.

월드컵의 감동이 되살아 날 만큼 많은 관중과 붉은 악마들의 북소리

형준수민이에는 축구경기보다 이런 것들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결과는 2:0 한국팀의 승리로 쉽게 끝났지만,

목이 쉬도록 악을 쓰며 대한민국을 외쳐도 골이 많이 터지지 않자,

이를 안타까워 하며 조수민 해설위원께서 한마디 하셨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부끄러워서 골을 못넣네"

October 9, 2003

다양성

예전에 이런 강사를 본 적이 있어요.

S대경영학과
하바드 박사
현재 서울 모대학교수...
나이는 제 나이쯤 된 경력이 화려한 사람이에요.

이분이 강의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더라구요.

"제 강의가 너무 충격적이더라도 '아~ 세상에 저런 인간도 있구나' 라고 가볍게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이 세상 인간의 다양성을 보실 수 있는 그런 자리가 될 겁니다"

그리고 강의를 시작하는데...
3시간 강의가 30분 정도로 짧게 느껴지는 그런 재미있고 화끈한 강의였어요.

어려운 경제 용어들은 거의 안쓰고 대한민국 남자면 알 만한 그런 육두문자를 써가며 교수라기보다는 동네 건달배같은 언행으로 강의를 했거든요...

강의가 끝나고 모두가 한 말이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였어요.

오늘 동아사이언스를 보니 과자가 쉽게 부서지는 이유에 대한 글이 있더군요.'어떤 사고방식의 사람들이 이런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연구를 할까?' 라는 생각이 우선 들더군요. ^^

다양성을 인식 못하고 가끔 잊고 살 때가 있어요.
나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하는 사람은 나 뿐이라는 사실을 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거거든요.

아마.... 자식키우는 것도 그럴거예요.

October 10, 2003

이상한 모자

아침부터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저번 운동회때 빌려 온 도구를 오늘 꼭 갔다 주라는 엄마 말에 형준이는 다음주 목요일날 갔다 주겠다고 반항을 한다.

나는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목욕탕으로 들어 가면서 '왜 하필 다음 주 목요일일까?'

짧게 생각을 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엄마가 회초리를 들었다.

씻고 있는 그 사이에 네다섯 차례의 매질이 있었고 엄마의 고성이 아침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아침부터 엄마에게 얻어 맞고 질질 짜고 있을 형준이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 욕실에서 나와 보니

거실에는 한바탕 전쟁을 치루고 나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고 있는 형준이와 그 옆에서 딸기쨈을 열심히 발라 주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화가 난 상황에서도 형준이 아침을 챙겨 주는 엄마와 그 옆에서 TV를 보며 맛있게 아침을 먹고 있는 형준이가... 참으로 정말로 이상하게 보이는 그런 아침이었다.

October 13, 2003

수민이 운동회에 다녀와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둥지 유치원 가을 운동회를 지난 일요일날 했습니다.

집에서는 애기만 같고 작게만 느껴지는 수민이가 또래의 친구들과 어울려 뛰노는 모습을 보니 '이젠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키가 너무 작은 것이 아닌가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또래의 친구들을 보니 그리 작은 편도 아니었더군요.


자식이 커 나갈수록 부모로서 기쁨이 더 해야 되는데...

남자놈인 형준이와는 달리 유약한 수민이가 자라는 모습을 보면 웬지 모르게 마음 속에 말 못할 슬픈 감정이 쌓입니다.

일곱 살 먹은 자식을 보는 애비 마음이 이러니 나이 먹어 곁을 떠날 때는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그래서... 어르신들은 아들만을 바랬나 봅니다.

October 15, 2003

不似春光 勝似春光

초청장을 받았는데 인사말에 이런 근사한 글이 적혀 있었다.

"不似春光 勝似春光... 봄빛 아니로되 봄을 웃도는 아름다움'이 곧 가을의 정취라 합니다. 무심코 본 10월 캘린더에는 단풍의 계절이 흐드러져 있고, 이월화보다 더 붉은 홍엽들이 쪽빛 가을하늘 아래 불타는 듯 합니다."

不似春光 勝似春光... 가을 날씨를 이야기 할 때 흔히 인용하는 싯구이다.

"불사춘광 승사춘광(不似春光 勝似春光). '봄빛 아니로되 봄을 웃도는 아름다움'이 곧 가을의 정취라 합니다. 그러나 등 뒤에 겨울을 데리고 있다 하여 가을을 반기지 못하는 이곳의 가난함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라고 신영복교수는 이 글을 그의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말했다. 초청장을 쓴 사람도 신교수의 글을 참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人生易老天難老
歲歲重陽
今又重陽,
戰地黃花分外香

一年一度秋風勁,
不似春光
勝似春光
寥廓江天萬里霜

인생은 쉬이 늙어도 하늘은 늙을 줄 몰라
해마다 중양절은 돌아오네
오늘 또 중양절이라
전쟁터의 국화꽃 유난히 향기롭구나

해마다 가을이면 바람은 세차
봄빛과는 다르다네
오히려 봄빛보다 더 좋아
가없는 만리강천에 서릿발이 섰구나


흥미로운 사실은 이 시를 쓴 사람이 모택동이라는 것이다.
모택동이라는 이름 석자에서 시인이라는 이미지가 쉽게 다가 오지 않지만....
李白 과 杜甫처럼 그도 중국인의 가슴에 남아 있는 시인이라고 한다.

혁명과 문화...

아니다.
이런 가을날은... 그냥... 맑고 고운 하늘을 쳐다만 볼 일이다.

October 17, 2003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

월드시리즈로 나가는 관문에서 맞 붙은 챔피언쉽 시리즈.

김병현과 최희섭때문에 무조건 응원하는 컵스와 삭스.

결국 두 팀 모두 저주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저주는 없고 실력 뿐인 것이 운동이거늘....

두 팀이 진 과정을 보면 저주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 같다는 오싹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바보 코쟁이들...

병현이와 희섭이를 넣었으면 저주가 풀어졌을텐데...

염소의 저주 - 3승1패로 앞서 나가다 3승4패로 나가 떨어진 컵스


밤비노의 저주 - 마지막 7차전 5대2로 앞서 나가다 5대6으로 진 레드삭스

October 21, 2003

10월 20일 엄마 생일날 아빠에게

10월 20일 엄마 생일날

아빠에게 전화 건 엄마

엄마 : 오늘 저녁 어떻게 할꺼에요?

아빠 : 글쎄, 지금 여기 일때문에 시흥에 와 있는데 회사 갔다가 아마 좀 늦을꺼야. 애들하고 먼저 먹어.

그리고, 밤 11시가 다 되어서

한잔 진하게 걸치고

손에는 딸랑 애들 줄 아이스케키 봉다리만 들고

입에는 아이스케키 하나 물고 나타난 아빠

사태의 심각성을 그제서야 알아 차리고

보험사에서 엄마 생일용으로 보내 준 맛 별로인 케이크에 초 꽂고 노래 부르면서 괜히 오바하는 아빠

이런 아빠가 엄마는 얼마나 미웠을까???

* 그래도 다음날 아침...술에 절은 속 풀라고 아침 밥상을 차려 준 엄마...

October 23, 2003

공룡의 뜻

형준이가 느닷없이

"아빠! 공룡이 무슨 뜻이에요?" 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잉? 공룡? 공룡이 공룡이지, 무슨 뜻이 있냐?" 라고 답 아닌 답을 해 주고 나서 인터넷을 뒤져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공룡은 '무서운 도마뱀'이라는 뜻이라고 나오더군요.ㅡㅡ;

아마도 대다수의 어른들은 공룡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있을 겁니다. ^^;;

네이버 검색결과.

공룡이라는 한자 자체는 dinosaur의 번역어이고, 공룡의 이름은 거의가 희랍어로 만들어집니다.

희랍어로 deinos는 '무서운'이란 뜻이며 saurus는 '도마뱀, 파충류'이란 뜻입니다.

많은 공룡의 이름들이 -saur(us)로 되어있는데 대체로 그 앞에 그 공룡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가 붙어서 '어떠어떠한 파충류(도마뱀)'란 뜻이 됩니다.

메갈로 사우루스 = 거대한 도마뱀(이하 공룡)
티라노 사우루스 = 폭(군,정)룡
스테고 사우루스 = 지붕달린 공룡
브론토 사우루스 = 뇌(雷:번개)룡
익튀오 사우루스 = 어(漁:물고기)룡

October 24, 2003

거울

초등학교 엽기 시험 답안지들이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심심치 않게 오른다.

말도 안되는 답을 적어 놓은 것이 어른들을 웃게 만들지만 심한 경우에는 욕도 보이니 세상이 변하긴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어른들이 일부러 답을 조작(?)하여 죄없는 초등학생들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지 않나... 생각도 든다. 아마 이럴 확률이 더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또래의 자식을 둔 부모로서는 우리의 자라나는 아이들은 언제나 착하고 순수하고 때묻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지도 모른다.

설령 그것이 정말로 초등학생의 짓거리(?)라면... 웃고 말 일이 아니다.

모든 어린이의 잘못은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거울임을 잊지 말자.

October 25, 2003

쟁이

수민이가 우리 가족들의 이름을 쟁이라는 말을 붙여 만들었습니다.

오빠는 장난을 잘 쳐서 '개구쟁이'

엄마는 항상 일만 하셔서 '일쟁이'

아빠는 맨날 컴퓨터와 TV를 보는 '컴퓨터티비쟁이'

그리고, 수민이는 집이 제일 좋아서 나가 놀기 싫은 '집쟁이'라고 했습니다.

October 27, 2003

10월의 마지막

형준이는 이번 주 치를 시험 때문에 정신이 없습니다.

백점이면 강아지, 하나 틀리면 플레이스테이션, 2개 틀리면 Vips로 엄마가 구미를 당길만 한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혼자 스스로 공부를 하는 전대미문의 일들이 요즘 집안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혹시, 큰 실수를 해서 사건이 일어나면 뒷감당을 어떻게 할려고 그런 조건을 내세웠는지 걱정이 될 만도 한데 아빠는 걱정이 하나도 안됩니다. Emoticon: Open-mouthed smile


수민이는 장금이가 되었습니다.

손을 깍듯이 모아 아랫배에 붙이고 엄마에게 ‘마마! 뭐 부족한 것이 없사옵니까?’ 하면서 대장금의 흉내를 똑같이 내고 있습니다.

엄마가 “예, 장금아!” 하고 부르면 “네, 마마님” 하면서 손을 모으고 달려옵니다. Emoticon: smile

남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어제 저녁 밤늦게까지 형준이가 풀어 놓은 문제집을 채점하던 엄마가 아빠를 불렀습니다.

"이것 좀 보세요. 조형준이가 풀어 놓은 이 문제 좀..."


문제 : 책을 읽을수록 마음의 무게가 점점 늘어납니다... 라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조형준 답 : 책을 많이 읽으면 몸무게가 늘어난다.


엄마는 아빠에게 이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가 생각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