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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

내가 사는 동네에 첫 눈이 온다.

어제가 대설이었는데 절기에 맞추어 눈이 내려 주고 있다.

어릴 적에는 눈오는 날이 그리도 좋았는데...

이제는.. 더렵혀질 거리, 빙판으로 변할 길... 이 걱정된다.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고 했는데...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여보야! 퇴근 시간에 전철역으로 마중 나와라.

Comments (8)

히야..전철역으로 마중..
너무 좋겠다.
대전엔 일요일 아침..약간의 눈발이 휘날렸어요..

두분이 걸어서 가시게요?

저는 여왕벌님 손잡고 분위기 한 번 잡아 보면서 집에 걸어 가다가 붕어빵 하나 먹을 계획이었는데...

여왕벌님은 외식하는 줄 알고 밥도 안하고 퇴근 시간 기다리고 있답니다. 난 집에서 밥 먹고 싶은데... ㅠㅠ

ㅋㅋㅋ
밥도 안하고...
그 덕에 첫눈오는날 외식 한번 하시는거죠 뭐..^^

렌지에 데워먹는 밥 사들고 들어가면 되지요.

정말 재미있군요.
여왕벌님은 외식 하는줄 알고...ㅋㅋㅋㅋ
사실 저녁밥하는거 하루중 제일 큰 숙제 입니다.ㅜ.ㅜ

엄마는 수민이를 데리고 지하철역으로 마중을 나왔습니다.
수민이 감자튀김 하나 사주고 엄마아빠는 황금잉어빵(1000원에 4개)을 먹으면서 손잡고 집으로 귀가를 했습니다.

물론 노병님 말씀처럼 '햇반' 두개 사들구요. ^^

잘 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