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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옛적에는

영화에 대한 안목을 좀 넓히기 위해 안정효님의 “정복의 길”이라는 책을 읽다가 온 국민이(?) Red complex에 걸렸던 그 옛날 웃지 못할 시절의 이야기가 있어 옮겨 봅니다.

다음 영화 중 그 내용이 용공시비에 휘말려 감독이 중앙정보부(지금의 국가 정보원)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았던 영화는?

1. 해병에서 제대한 영웅 중대장이 지게벌이로 근근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옛 부하들이 힘을 모아 생활 터전을 마련해 준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2. 유엔군의 군사기밀을 탐지하기 위해 아군부대에 잠입했던 여간첩이 남한 정보장교의 진실한 사랑에 감격하여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인천상륙작전'

3. 1개 소대 병력으로 막강한 적군 전초기지를 점령한 다음 아예 그 여세를 몰아 적의 후방까지 깊이 침투하여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당당하게 귀국하는 '해병 특공대'

4. 적진 깊숙이 투입되어 제1목표인 보급창고를 폭파한 다음, 포로 수용소에서 미군 조종사를 구출하는 두 번째 임무에도 성공하지만, 치열한 전투 끝에 대장 혼자만 살아서 돌아오는 '특전대'

5. 포로가 된 국군 간호 장교들을 호송하는 북괴군 장교가 호송 도중 중공군을 만나 중공군이 여포로를 겁탈하러 들자 이에 분개한 북괴군 장교가 그들을 전멸시키고 인솔해 가던 간호장교들을 대동하고 그의 부하들과 함께 자유대한의 품으로 귀순하는 '7인의 여포로'

정답은...

5번입니다.

'7인의 여포로'가 검열에 걸린 이유는 "적을 지나치게 인간적으로 묘사 했다"는 이유랍니다. 이사건이 일어나기 몇 년전에 '돌아오지 않는 해병'으로 대종상까지 받았던 '만추'의 이만희 감독은 중정에 끌려가 엄청나게 맞았다고 합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북쪽에 사는 사람들은 '북괴'라 불리워지고 항상 빨간색 늑대로 표현되었던 시절.
'쉬리', '공동경비구역JSA'가 나오는 지금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그리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느 섬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주체화 되어 가는 반공주의의 허구를 깨닫고 탈출을 시도하는데... 어느 섬에 사는 사람들은 아직껏 반공주의의 가면을 찾아 뒤집어 쓰고 안주할려 하니... 쯧쯧.

100% 공감을 하지는 않습니다만 '실미도'를 찍은 강우석 감독의 말을 옮겨 적습니다.

시나리오에 보면 역사성 때문에 박통이 나오고 공군부대가 나오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던 건 궁극적으로 이 사건을 통해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와 관련있다. 사실 나는 손쉬워서 국가를 들이대고 중앙정보부를 들이댄 게 아니다. 너희들은 국가라고 얘기하는데 이게 무슨 국가냐, 한 개인의 소유물이지, 하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국가에 충성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였나? 박정희한테 충성하고 전두환에게 충성하는 거였지. ‘중앙정보부가 국가냐’ 그 말 하는 장면 찍을 때 기분이 가장 좋았다. 과거에 국가에 충성한다, 그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한테 충성하는 거 아니었나? 난 요즘 노무현 흔들리는 게 너무 보기 좋다. 세상이 진짜 좋아지고 있구나. 진짜 민주화되고 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