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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내리던 그날

1. 팀 회식이 있는 날이다. 창밖을 보니 분위기 좋게 눈이 내린다. 오늘 술빨 좀 땡기겠다.

2. 18:30분 - 종로 3가 유성집. 이 동네에서 멍멍이 요리로 이름난 곳이다. 날씨도 쌀쌀하고 눈까지 내려서인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정력보강에 날씨, 계절을 따질 우리가 아니다. 창밖에는 눈이 내린다. 정말 많이 내린다. 부서 직원 핸드폰으로 문자 메시지들이 속속 온다. 눈이 많이 내려 오늘밤은 대리운전을 할 수 없다는 대리운전 회사 공지 메시지이다. 정말 눈이 많이 오고 있나 보다.

3. 20:30 - 정말 많이 먹었다. 2차로 노래방을 갈려는데 눈이 너무 많이 온다. 신문지 몇 장을 빌려 우산 대용으로 머리만 감싸고 눈길을 걸었다. 몇몇 직원은 눈 위에 누웠다. 영화 러브 스토리가 생각나는 그런 멋진 밤이다. 노래방에 앉아 눈을 닦고 잠시 쉬고 있는데 술을 한잔 걸친 여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 오더니 연탄재 만한 눈을 나를 향해 집어 던졌다. 왼쪽 머리 부분을 약간 스쳐 지나가는 볼~. 정통으로 맞았으면 죽을 뻔 했다. 그래도 기분 좋은 눈오는 밤이다.

4. 23:30 - 많이 취했다. 지하철역에 갔다. 이 시간이면 막차가 끊길 시간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집에 가는 차가 온다. 운도 좋은 날이다. 눈을 떠보니 내릴 역을 바로 지나가고 있다. 술을 먹고 잠이 들면 항상 집앞 역에서 눈을 뜬다. 그것도 집앞역을 지나가는 그 순간에. 이상한 버릇이다. 다음 역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와 보니 차가 없다. 온세상이 하얗기만 하다. 와서 좀 데려 가라고 집에 전화를 했다. 신호 몇 번 가다가 끊긴다. 밧데리가 다 되었다. 여기서부터 집에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노선이 머리에 안 들어 온다. 그래서 눈길을 무작정 걸었다. 딸꾹질이 나기 시작한다. 난 술 먹고 찬 바람을 쐬면 딸꾹질을 한다. 눈길을 눈길을 “딸국... 딸꾹...”
멍멍이 먹었는데 걷다가 걷다가 기운 다 빠진 그런 눈 내린 밤이었다. “딸꾹”

5. 보너스 - 이번 폭설로 피해를 본 곳이 많다. 눈 때문에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임시 가설물이 무너지고, 도로가 끊기고... 뉴스매체에서 눈의 하중에 대해 리포트를 하는 것을 보았다. 설계시에 눈의 하중(적설하중)은 평방 미터당 50kg이다. 즉 50kg/m2이다. 이는 눈이 쌓인 높이를 50cm로 보았을 때의 하중이다. 물 비중의 0.1정도만 보고 산정된 값으로 우리나라 모든 구조물(건축 및 토목)에 적용되는 값이다. 물로 환산하면 5cm 정도 높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의 군집하중이 500kg/m2이니 그리 큰 하중도 아니다. 이런 눈에 집 지붕이 무너질 수 있다고? 글쎄...
50kg/m2만 제대로 적용했어도 100년만의 눈이라 할지라도 무너질 지붕은 없다고 본다. 그럼? 설계자가 적설하중을 아예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문제이고 아니면 오래되어 굳은 눈은 비중이 0.2~0.3으로 증가할 수 있으므로 눈을 방치한 경우에 해당한다.

Comments (10)

그래도 집엔 들어간 모양이네요 ㅉㅉ;

예. 꺼~억~ 딸꾹

그냥 눈이 무겁구나..생각하게 해 주세요~~!!

예. ㅡㅡ;

전 글을 읽으면서
"저러다 집에 못들어가지.." 그랬답니다.
다행입니다..댁에 들어가 셔서..

술을 한잔 걸친 여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 오더니 연탄재 만한 눈을 왜 소소님을 향해 던졌을까요? ^^;;;;

둘 중 하나입니다.
1. 평소에 나한테 쌓인 것이 많았다.
2. 평소에 부서에 쌓인 것이 많아 날 잡고 있었는데 그중 내가 제일 만만하게 보였다.

3. 원래 술주정이 심한 여직원이었거나...
4. 소소님이 마이크를 오래 잡고 있었을 수도 있지요.

아마도 소소님이 제일 낡은 사람이었을 수도...ㅋㅋㅋ

앗...그 여직원이 그여직원이었군요.

저는 노래방 여직원인줄 알았다는..=3=3=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