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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동해안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의 규모가 역대 최대이고 만약 내륙에서 발생했으면 그 피해 규모가 상당했을 것이라고 우려들을 한다. 그리고 오늘은 울진에서 여진이 발생했고 그곳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 구조물에 무슨 문제가 없을까 하여 언론들은 너도나도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련 기준(specification)들이 없는 것도 아니고 기술자들이 그리 아무렇게나 뚝딱뚝딱 구조물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다리를 만들 때도 지진의 영향을 고려하는데,

내진Ⅰ등급의 경우에는 평균재현주기 100년 지진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반운동에 대해서는 구조물이 기능수행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평균재현주기 1000년의 높은 크기의 지반운동에 대해서는 구조물이 붕괴방지수준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하게 된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100년에 빈도의 지진에 대해서는 끄떡없고 100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엄청난 지진에 대해서는 구조물이 손상은 입지만 구조물이 붕괴되거나 또는 구조물 손상으로 인하여 대규모의 피해가 초래되는 것을 방지하게끔 설계를 한다는 것이다. 평균재현주기에 대해서는 초과 확률들이 있지만(1000년인 경우는 100년내 초과확률 10%) 중요한 것은 아직 정식으로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바도 없는 지진을 대상으로 설계를 하는 것이고 설령 그러한 지진이 온다고 해도 내진 혹은 면진 설계가 반영된 중요 국가 시설물들은 괜찮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만약에~' 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하는데 공학에서는 '만약'이라고 가정하고 설계하는 것이 없다. 태국은 태풍에 대해 설계를 안한다. 왜냐하면 태풍이라는 것이 그 나라에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에 태풍이 온다면? 그 나라에 있는 건물들은 다 쓰러 질텐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작년에 순간최대풍속 60m/sec를 상회하는 태풍 '매미'가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강타한 적이 있었다. 언론사에서 난리였다. 우리나라 시방서상의 설계풍속은 얼마인데 그런 기준으로 설계된 건물들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만약 그런 태풍이 63빌딩에 불었다면... 이런 상상을 자주 하시는 분들은 이 영화를 꼭 보기 바란다.

여담으로 예전에는 지진의 강도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는데 아직도 지진의 규모, 강도, 진도에 대해 감을 못잡고 기사를 쓰는 언론사가 있으면 이 기회에 그 정의를 확실히 알아 두길 바란다.

  • 국제적으로 '규모'는 소수 1위의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하고 '진도'는 정수단위의 로마 숫자로 표기하는 것이 관례이다. 규모 5.6, 진도 Ⅳ
  • '리히터 지진계로 진도 5.6의 지진'은 틀린 표현이며 '리히터 스케일' 혹은 '리히터 규모 5.6의 지진' 또는 단순히 '규모 5.6의 지진'으로 표현해야 한다. ('리히터 지진계'라는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 '진도 5.6'은 틀린 표현이며 '규모 5.6'이라 표현하는 것이 옳은 표기법이다.
  • '강도'라는 표현은 지진학에서 사용하지 않는 용어이다.

- 출처 : 한국지진공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