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솎음

왜 우리 밭만 항상 이래?

작년 주말농장때도 회사 동료 2명과 같이 하면서 느꼈던 것이었지만 항상 우리 작물이 다른 집들 것보다 부실해 보였었다. 금년에 다른 곳으로 옮겨 새롭게 시작한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주말에 가서 보니 정성들여 키운 얼갈이 배추들이 거의 다 벌레가 먹어 2/3는 버리고 그나마 괜찮은 몇 개만 뽑아왔다. 크기도 작아 배추를 담을 정도는 되지 않고 국거리용으로 밖에 쓸모가 없다.

자주 가서 돌보아 주지 못하기는 서로 마찬가지인데 회사 동료가 가꾸는 얼갈이들은 크고 실하며 벌레도 먹지 않았는데 왜 우리 것만 그럴까? 때마침 주인아저씨가 오셨길래 집사람이 푸념을 잔뜩 늘어 놓았다. 아저씨는 비실비실하고 구멍이 뻥뻥 뚫린 우리 배추들을 보시더니만,

“당연하죠! 솎아 주질 않아서 그렇죠. 솎지 않으면 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약하게 됩니다. 벌레들은 약한 놈을 먼저 공격합니다. 빨리 다 뽑으세요. 안 그러면 다른 작물로 옮겨 갑니다.”

‘무슨 소리야? 안 솎다니? 솎을 만큼 솎았는데...’ 라고 우리는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우리 얼갈이들은 다른 집처럼 듬성듬성 있지 않고 빽빽이 붙어 있었다. 아내와 나는 지난 몇 주동안 올 때마다 얼갈이들은 솎아 주었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어디 다 같으랴? 아깝게 키운 작물을 뽑아 버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만 솎았는데, 결국 그런 우리의 정(情)이 얼갈이들을 공멸의 길로 가게끔 한 것이었다.

키운 것이 아깝다고 뽑지 못한 것은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우리의 욕심이었다. 버릴 줄 알아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이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안하다. 얼갈이들아!

Comments (3)

좋은 걸 배우고 갑니다. ^^a;;;

마산에서는 그렇게 안가르쳤는데...
情이 많아지셔서... ^^

이글 제가 퍼갑니다.
불만 있으시면 제 집에 답글 달아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