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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

Link to Aladdin : ISBN 8983710799헌책방 나들이를 갔다가 아무 생각없이 제목만 보고 집어온 책.
책 제목을 리처드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 반하여 거창하게 표현했지만 원제는 'The Origins of Virtue(덕의 기원)" 이다. 동양에서 말하는 '덕'이라는 말의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아 대신 영영사전의 뜻을 빌리면 "thinking and doing what is right and avoiding what is wrong" 라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저자인 매트 리들리는 동물학자인데 왜 그가 철학자처럼 '덕'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끄집어 내었을까? 이런 어려운 화두를 어떻게 풀었을까? 라는 호기심에 책장을 넘겼고...

공자나 플라톤이 논하는 덕이 아니었다. 침팬지가 나오고, 돌고래가 나오고, 박쥐가 나온다. 저자는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동물이나 인간이 공멸하지 않고 어울려 살아가는 그 무엇(virtue)인가를 이 책을 통해 찾아간다. 그 첫 단추는 '죄수의 딜레마'라는 논리게임이다. 원문은 약간 변형된 점수따기 게임으로 각색을 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의 은행강도가 잡혔다. 경찰은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서로 격리한 뒤 조건을 제시한다. 진실을 털어놓는 사람은 즉시 석방되고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은 8년형을 받을 것이라고, 그리고 두 사람이 모두 자백하면 각각 4년형을, 두 사람 모두 자백하지 않으면 각각 1년형을 받게 하겠다고 말한다. 자, 두 범죄자가 모두 합리적이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그동안 알려진 이 게임의 정답은
둘 다 묵비권을 지키면 1년만 감옥에 있으면 된다. 그러나 서로를 믿지 못하면 상대가 자백할 경우에 닥칠 최악의 상황(8년형)을 피하기 위해 순순히 자백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수 있다. 정답은 '배신'이며, 결국 둘 다 4년형을 살게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렇게 죄수의 딜레마는 항상 배신으로 끝나나?
우리 사회가 이런 게임의 법칙으로 돌아가고 있나?
저자는 동물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을 통해 이 게임의 다른 답을 찾고자 노력하고 그런 다른 답안을 만들어 내는 동물들의 본성을 논하며 결론적으로는 인간의 본성 'virtue'를 말한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고지순의 덕성으로서의 'virtue'가 아닌 살아가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서 이타주의를 가장한 호혜주의인 것이다. 즉, 인간은 배신보다는 상대의 등을 긁어주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진화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이타적 사회건설'이 맞는 제목일 듯.

정말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 한권을 읽었다. 흔히 하는 말로 강추다.

Comments (11)

좋은 책은 혼자 다 읽으시는군요.
존경 + 부럽...

빌려 드릴까요?
단, 반납은 필히 하셔야 합니다. 읽으신 책 한권 얹어서요. ^^;

투자라 생각하고 그냥 주시면 안 돼요?

음... 그냥 빌려 드릴 수는 있어도 주기는 좀 아까운데... ㅡㅡa

그냥 빌려주세요.
내년에 돌려드려도 되지요?

큭큭... 난처한 형님. ^^;

책 대여 마감합니다. 노병님-온풍님 순으로 전국순회공연... 방금 출발했습니다.
일단 노병님댁에 먼저 가니 보시고 온풍님댁으로 보내시면 됩니다. 공연 마감은 양심과 상식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ㅡㅡ;

노병님 댁에서 온풍님 댁으로 가기전
중간 지점인 저희 집에 잠깐 떨구고 가도 되는데..
ㅎㅎㅎ

노병님! 대전에 잠깐 들러 주세요.

정말 제가 이 책 받은지 1년이 지났군요. ㅡㅡ;

노병님 다음 순서가 제가 되었군요..
그나저나..요새 온풍님은 뭐하고지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