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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NEXT'라는 잡지를 보던 중 '한국인은 왜 슬리퍼를 신을까?'라는 재미있는 글이 있어 옮긴다. '한국인의 슬리퍼'를 바라보는 벤자멩 주와노라는 프랑스인의 시각이다.

프랑스에서 모험을 즐기지 않는 사람을 '실내화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실내화란 프랑스인에게는 부정적 이미지를 지니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세련된 삶과 윤택한 주거환경의 필수품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한국인에게 슬리퍼가 단순히 생필품을 넘어 친숙한 공간과 그렇지 않는 공간을 구별하는 사회적인 물건임을 알게 해준다. 집 주변에 슬리퍼를 끌고 나간다는 것은, 집이라는 공간을 확대하는 행동으로 이방인들의 눈에 가장 특이하게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보통 샐러리맨들이 농구화와 같이 가벼운 신발을 신고 출근하여 회사에서 가죽 구두로 갈아 신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반대로 출근할 때 무겁고 뒤가 막힌 구두를 신고 와서 사무실에서 가볍고 트인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한국에서는 발이 편해야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일터에서 슬리퍼를 신는 것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제2의 집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편안함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직장이 서양처럼 공적인 장소가 아니라 여전히 개인적이고 친숙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무실에 슬리퍼를 둔다는 것은, 공간을 바로 준 사적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적는 나도 슬리퍼를 신고 있다. Emoticon: smile

슬리퍼에 대한 한국인의 애착에 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면...
해외에서 근무하던 당시 쫄다구 하나가 발령 받아 온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사용하던 사무용품, 서류, 책자 등을 담은 커다란 DHL 박스는 몇 일 늦게 도착을 했다. 관리 직원들이 박스를 전달해 주고 같이 짐 푸는 것을 도왔는데 박스를 해체하니 맨 위에 있는 것이 한국에서 신던 슬리퍼였다.

이를 본 관리 직원은 좀 안 좋은 얼굴로 자리를 떠났고, 다음 날 쫄다구는 관리 부장한테 가서 엄청 깨졌다. 고 한다.

"비싼 DHL에 넣을 것이 없어 쓰레빠를 넣어~~~"

Comments (3)

제 경험은 아니지만, 아주 오래전 애기입니다.
퇴근시간이 지나 다들 엘레베이터 앞에서 올라오는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 앞에 계신 정모대리님, 양복을 말끔히 입으셨는데,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슬리퍼를 그대로 신고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순간 엘레베이터 앞은 웃음소리로 소란했다는. ^^;;;

저도 사무실에서는 슬리퍼를 신고 일합니다. 구두를 신고 있으면 왜이리 갑갑한지.... ㅡㅡ;;;;

슬리퍼 발등에 걸리는 부분도 귀찮아서 위에서 꾹 눌러 놓고 그 위에 발 얹고 일합니다. ^^

지저깨비님 / 목에 사원증을 걸고 나가는 사원은 봤어도 슬리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