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ptember 2004 | Main | November 2004 »

October 2004 Archives

October 1, 2004

Toutatis

켈트족 신의 이름을 딴 토타티스(Toutatis) 소행성이 지난 9월 29일 지구를 160만㎞ 이내의 거리로 스쳐 지나갔다고 한다.

생긴 모양은 아령같다고 하나 사진을 보니 밀가루를 제멋대로 반죽해 놓은 것 같이 생겼다. 길이 4.6km에 폭은 2.4km라고 하니 텍사스주 크기만한 아마게돈의 Global Killer에 비하면 상대도 안된다. 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지름 1.5km의 소행성일지라도 지구와 충돌시에는 기상변화를 일으켜 장기적으로 약 10억명의 사망자를 초래한다고 한다.

사실 천체에 대해서는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의 상식밖에 없는 내가 자판을 치고 있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토타티스 기사를 읽다 아마게돈이 생각났고 Aerosmith의 이 노래(asf 4.8M)가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Emoticon: Embarassed smile

October 3, 2004

삼신할머니

놀이터에서 놀던 수민이가 내 코앞 30cm도 안되는 거리에서 놀다 다쳤다. 평행봉에서 오빠와 같이 놀다 오빠가 받쳐 주고 있던 손을 놓는 순간 자기 팔목보다 두꺼운 평행봉을 움켜 쥐지 못하고 전면으로 떨어진 것이다.

너무 놀랬는지 울기에 앞서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달려가서 일으켜 세웠더니 그때서야 "으앙~" 울음을 터뜨렸다. 입안에서 피가 나고 배와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아이들은 어느 시기까지 삼신할머님이 지켜 주신다는 옛 얘기를 굳게 믿고 있는 어리석은 아빠라 아이들이 부딪치고 까지고 다치는 것에 대해 그리 걱정을 안하는 편인데 어른 키만한 높이에 매달려 있다가 앞으로 떨어지는 것을 직접 보니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바지의 흙을 털어 주고 입안의 상처 부위를 확인했다. 턱이 좀 까지고 넘어지면서 혀를 깨물었는지 약간의 상처가 있다. 외관상으로는 큰 부상 같지는 않는데 배와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형준이는 죄인이 되어 내 눈치만 슬슬 살핀다. 놀다가 그런 것인데 애한테 큰소리 칠 일이 아니었다. 집에 데리고 와서 얼굴울 씻기고 침대에 눕혀 안정을 취하게 했다. 30분쯤 지나자 수민이는 본래의 그 활발함으로 돌아왔다. 삼신할머님! 고맙습니다.

붙이고 싶은 버튼

붙이고 싶은 버튼이 몇 개 있다.
가급적 index화면에 이미지 파일을 넣는 것을 지양하고 있어 그 흔한 주황색 XML 버튼하나 안붙이고 있는데 언젠가 마음 바뀌면 매달 생각이다.

Browse Happy logo Get Firefox

Best Viewed With Any Browser 따뜻밴드

해적과 제왕

Link to Aladdin : ISBN 8989370337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알렉산더 대왕 앞에 사로잡혀 온 해적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 해적에게 물었다. "넌 어찌하여 감히 바다를 어지럽히느뇨?" 그러자 그 해적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는 당신은 어찌하여 감히 온 세상을 어지럽히는 건가요? 전 그저 자그만 배 한 척으로 그 짓을 하기 때문에 도둑놈 소릴 듣는 것이고, 당신은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그 짓을 하기 때문에 제왕이라 불리는 것뿐이외다."(8p)

18세기 말에 사용되기 시작할 때는 대중의 복종을 강제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정부의 폭력행위라는 의미로 출발한 '테러'라는 단어는 오늘날은 '정치적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쟁취하기 위한 의도적인 폭력의 사용 혹은 폭력 사용의 위협'(본문 237p)으로 정의된다. 가장 대표적인 테러행위로 누구나 9.11을 떠올리듯이 테러는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나쁜(?) 세력들이 행하는 범죄행위라고 아마도 대다수의 우리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소를 폭격하여 수십, 수백명을 죽인 것을 우리는 테러라 하지 않는다. 미국이 카스트로를 암살할려는 시도를 우리는 테러라 하지 않는다. 테러는 나쁜 그들이 착한 우리를 공격할 때 그들에게 붙여 주는 단어이다.

Continue reading "해적과 제왕" »

October 5, 2004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Link to Aladdin : ISBN 8984310077 문화비평에세이라지만 차가움보다는 오히려 그를 먼 이국 땅으로 쫓아 보냈던 그 못난 모국에 대한 따스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인상 좋은 아저씨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간간히 유머를 섞어가며 들려 주는 프랑스 문화와 그에 빗대어 본 우리 현실에 관한 이야기들이 하나 하나 다 가슴에 와닿는다.

아직 읽는 중이지만, 오늘자 신문에 실린 이런 쓰레기 같은 글에 어울리는 글이 있어 옮겨 본다.

똘레랑스에 붙이는 두 번째 사족은 과연 "우리는 한국의 극우세력에게 똘레랑스를 보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관련된다. 미리 답하자면, 한마디로 "아니다!" 이다. 극우는 극단주의의 하나이기 때문에 항상 앵똘레랑스를 불러온다. 똘레랑스가 앵똘레랑스에 똘레랑스를 보일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이 질문과 대답은 사족이 되는 것이다. (중략)
극우세력 자체가 갖고 있는 이념적 불투명성 때문에 혼돈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지금까지 한국의 극우세력은 스스로 극우라 칭하지 않았고 보수라 칭했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신봉자라고 자처했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바이지만, 극우와 자유민주주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흘러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는 제멋대로여서 극우와 자유민주주의 사이를 마음대로 왔다갔다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수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을 극우와 자유민주주의자로 구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보수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에서도 극우와 자유민주주의를 구분해야 한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는 기쁜 마음으로 똘레랑스를 보여주고 극우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해야 하는 것이다. (240p)

October 7, 2004

직장인 음주행태와 기업의 대책

SERI에서 직장인 음주행태와 기업의 대책(pdf 파일) 이라는 흥미로운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국내 음주행태의 문제점, 국가별 음주실태 및 대책, 국내 직장인들의 음주실태 및 기업의 음주대책에 대한 내용으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얼마나 과음을 하여 직장업무에 지장을 주면 이런 보고서가 다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 중 흥미로운 사실은 조사 대상 중 70.5%가 우리나라 음주 문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한 사실이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음, 폭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우리나라 직장인의 스트레스 강도를 의미하는걸까? 아니면, 저번에도 한 번 언급한 것처럼 '자유분방함 혹은 카오스적인 데에 대한 동경'인가?

October 9, 2004

Typhoid Mary

Typhoid Mary is a term for a carrier of a dangerous disease who is a danger to the public because they refuse to take appropriate precautions or cooperate with the authorities to minimize the risk. from Wikipedia
Nova의 The Most Dangerous woman in America을 보고 관련자료를 찾아 보았다.

Mary Mallon, 'Typhoid Mary(장티푸스 메어리)'라고 불리었던 이 여자는 미국에 최초로 장티푸스를 퍼트린 사람으로 정작 본인은 보균자일 뿐 발병되지 않고 건강했으며 전염을 막기 위해 당국으로부터 23년간을 강제로 격리생활하였다고 한다. 항생제가 없던 시절이라 보건당국에서는 장티푸스 환자들의 담낭을 제거하여 병의 전염을 막았는데 그녀는 이를 거부하였고, 본인이 보균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그녀를 언론들은 Typhoid Mary라 하며 마녀 취급을 하였다.

문화일보에 연재되었던 거꾸로 읽는 의학사에 관련 글이 소개되어 있다.

October 12, 2004

MT Blacklist 설치

그동안 Spam Comment 때문에 한시적으로 TypeKey인증을 걸친 코멘트만 가능했는데 오늘에서야 MT Blacklist 2.01b version을 설치, 예전으로 다시 원상복귀했습니다.

몇 번의 설치 시도를 하였으나 제 실력으로서는 원인을 도저히 알 수 없는 에러가 나서 포기했었는데 Storable Module을 설치하고 모든 것이 해결되어 성공리에 설치를 마쳤습니다. TypeKey인증을 하신 분은 TypeKey를 그대로 사용하시면 되고 인증 안하신 분들은 예전같이 이름과 이메일 주소만 남기시면 코멘트 사용이 가능합니다.

만약 MT Blacklist로도 안잡히는 spam의 공격을 당하면, 다시 TypeKey로 돌아가야 될 지 벌써 고민입니다. 제발 그런 일이 안생겼으면 좋겠네요.

덧붙임 1 :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은데

Use of uninitialized value in concatenation (.) or string at /mt/extlib/File/Spec/Unix.pm line 78.
이런 에러인지 워닝인지 모를 놈이 뜨는군요. Emoticon: Crying smile

덧붙임 2 :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에 대한 Jay Allen의 답변 (Concatenation "error", It's just a superfluous warning)입니다. 단지 warning일 뿐 프로그램 실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기군요.

검색어

Refer를 보면 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naver의 검색을 통해서 들어온다.

한동안 "현장고발! 치터스"를 검색어로 접속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았는데 요즘에는 "생일 초대장"으로 들어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가끔 이런 사람들도 있어 혼자 웃음을 짓곤 한다.

October 14, 2004

세계지식포럼 2004

세계지식포럼 2004 특별강연 중에서

Fiorina, Carly S.
모든 물리적인 프로세스가 디지털(digital)화, 모빌(mobile)화, 가상(virtual)화되고 있다.

살아 남기 위해서 필요로 되는 가치(character)는 바로 혁신(innovation), 기여도(contribution), 협력(corporation)이다.

정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지원하고, '언제' 빠져야 할 지를 아는 것이다.

Orit Gadiesh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에는 용기, 자신감, 의지, 그리고 정직이다.

Joel Kotkin
도시의 미래는 궁극적으로 IT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들의 마음, 정신의 문제이다.

October 16, 2004

결혼기념일

"결혼기념일을 언제 한 번 근사하게 한 적이 있어요? 기념일 전날 술이 떡이 되어 들어와 기념일날은 피곤해서 기운도 못차리고, 그렇지 않으면 해외에 나가 있어 얼굴도 못보고, 어떤 해는 싸워서 그냥 넘어가고..."

어제 과음한 탓에 하루종일 빌빌거리다 귀가한 나에게 퍼부어 대는 아내의 바가지다. 내딴에는 그래도 저녁외식을 위해 맛있는 음식점을 인터넷을 뒤져 이리저리 알아 보고 오늘 하루 아내를 위해 봉사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올 결혼기념일에도 점수따기는 물건너 갔다.

October 17, 2004

가장

"이 땅에서 가장으로 살아간다는 것은..."라는 기사를 읽고

아내는 지금도 가끔 말합니다. 직장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말하라고 합니다. 숨기면 더 병이 되고 마음과 몸을 상하게 되니, 해결책은 없다 하더라도 꼭 식구에게 말하라고 합니다. 가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직장에서의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난 생각이 다릅니다. 이 땅에서 가장은 그것을 이겨내야 합니다. 자기 하나만 희생하면 남은 식구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가 있기 때문에 직장에서의 고통을 이겨내야 하고, 또 집에 와 그런 말을 해서 식구들 마음을 불안하게 해주면 안 됩니다.

이 땅의 가장은 강해야 합니다. 희생심이 투철해야 합니다. 자신은 비록 힘들게 생활하더라도,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식구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 땅의 가장은 집에서 세상이 떠나갈 듯 마음껏 웃어도 되지만, 눈물은 절대로 보이면 안 됩니다. 정 참기 힘들면, 혼자서 조용히 밖으로 나가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울어야 합니다.

이 땅의 가장은 최고의 연기자가 되어야 합니다. 식구 앞에서 항상 자신감이 넘쳐흘러야 합니다. 직장 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축 처진 어깨를 하고 온다 하더라도, 집 앞에서는 몸을 똑바로 세우고,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큰 기침을 하며 문을 열어야 합니다.

'가장의 희생 = 가족의 행복' 이라는 등식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이 시대의 '아버지'로서 살아 가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에 대해 글 쓴 이의 심정이 느껴진다. 내 자신도 이렇게 살고 있지 않는가? 술 한잔에 모든 것을 묻어 버리면서...

October 20, 2004

국민방독면

삼공물산이라는 회사에서 국민방독면이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이게 순엉터리인 모양이다. 화재발생시 방독면이 3분 이상을 견뎌줘야 하는데 이회사가 납품한 방독면은 23초 밖에 일산화탄소를 거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사 그대로 "국민 방독면? 이런것 썼다간 죽기 십상"이다.

관련자료를 찾아 보니 외국것을 그대로 모방한 것 같은데 외관만 같을 뿐 제원 및 성능은 제멋대로 뜯어 고친 장난감 수준의 제품이 되었다. 이 회사가 군에도 방독면을 납품한다고 하니 군용 방독면에 대한 검사도 하루빨리 필요하다. 4천만 국민의 목숨을 우습게 보는데 60만 군인을 상대로한 제품은 어떠할지 뻔한 것 아닌가? 한 담당자의 어리석은 잘못인지 양의 탈을 쓴 몹쓸 회사인지 두고 볼 일이다.

October 21, 2004

오늘의 역사

2004년 10월 21일

1. 가을의 전설(傳說)
가을의 전설
(사진출처 : mlb.com)

2. 가을의 망설(妄說)
가을의 망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망설 - 늙거나 정신이 흐리어 말이나 행동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어서 하는 말

October 26, 2004

버그 해결

Table을 없애고 CSS만으로 바꾼 후에 IE에 발생하는 버그를 어제서야 발견했다. 이름하여 Peekaboo Bug.

그림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정렬하고 글을 넣는 경우 문단이 그림 높이보다 작으면 아래 코멘트란이 위로 올라오는 문제를 {clear:all}로 해결했는데 IE에서는 clear를 쓰는 경우 본문에 float 속성이 있으면 다음 단락이 float가 적용된 내용 밑으로 강제로 넘어간다. 그래서 이리저리 수소문끝에 본문에 {height: 1%;}를 적용하는 hack으로 해결.

October 28, 2004

머리 얹다

소풍가는 전날처럼 마음이 설랬다.

새벽 4:50분에 일어나 준비하고 08:00 티업에 맞춰 어둠을 뚫고 아침 안개를 헤치고 달려간 곳은 포천 Bear Creek. 오래전부터 머리 올려준다고 약속한 친구놈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퍼블릭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그리 싼 편이 아니었다. Bear Course에서 머리를 올렸다. 공을 몇 개나 준비해야할까? 고민하다가 연습공을 20개 정도 가져 갔는데 다행히 6개로 18홀을 마쳤다. 나보다 2년 정도 먼저 시작한 친구놈 3명이서 한바퀴 돈 결과

스코어 : 1 3 2 2 3 4 2 3 2 4 2 2 4 4 1 2 2 2 = +45 (117)

머리 올리는데 이정도 스코어라면 괜찮다고 한다. 정말 괜찮게 나온 스코어인지 몸치인지 모르겠다. 결코 쉬운 운동이 아니라는 것만 뼈저리게 느꼈다.

친구놈이 점심을 먹으면서 골프의 삼락(三樂)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하는 것이 첫째요, 운동후 시원한 맥주에 사이다 섞어 마시는 그 맛이 둘째요, 마지막은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운전하는 차 뒷자석에 앉아 달콤하게 자는 낙이란다. 친구놈이 그 삼락을 가르쳐 준 하루였다.

요리법

밖에서 먹는 요리 중에 아내가 꼭 이렇게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음식이 있다.

뚝배기에 가득 부풀린 계란찜 그리고 시원한 동태탕

계란을 찔 때 어떻게 하면 부드럽고 잘 부풀어 오르게 하는지. 빵 부풀릴 때 넣는 이스트를 넣나?

동태는 뭘 넣고 끓여야 그렇게 시원한 맛이 날까? 인터넷에 나도는 '얼큰하고 시원한 동태탕 요리법'을 보고 똑같이 해도 그 맛이 안나니.

October 29, 2004

본성과 양육

Link to Aladdin : ISBN 8934916176강남 교보에 애들과 같이 책을 사러 갔다.
오래전부터 읽고 싶었던 '링크' 를 집어 들고 계산대 앞에 서서 순서를 기다리는데... 계산대 위 최고 로얄 자리를 자리 잡고 있는 '매트 리들리의 최신작'이라는 광고 문구가 붙은 이 책을 보는 순간 집고 있던 링크를 슬며시 한쪽 구석에 내려 놓았다.

'본성(nature)'과 '양육(nurture)'이라는 다소 딱딱한 주제로 전작인 '이타적 유전자'의 명성에 걸맞는 그런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궁금증에 대충 내용들을 넘겨 보니 '성격은 유전일까? 아니면 자란 환경일까?' 'IQ는 유전? 환경?' '그럼 동성애는? 정신분열증은?...'

평상시 우리가 궁금해하던 '유전 vs 자란 환경'에 대한 많은 사례들이 열거되어 있어 상당히 기대가 된다. 결말은 책의 제목, 'Nature via Nurture', 이 암시하는 듯

교수들은 자식의 지능은 본성 탓으로 돌리고, 학생들의 지능은 양육 탓으로 돌린다.

덧붙임 : 지난 해에 산 책을 바쁜 업무로 인해 3개월이 지나서야 읽기를 끝낼 수 있게 되었다. (2005.01.26)

문화 - 경험에 의해 획득한 습관을 모방에 의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능력 (p33)

체중에 비례하여 인간의 고환은 고릴라의 다섯 배 정도이고 침팬지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것은 정절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일부일처제의 종에게 적합하다. 종들의 차이는 유사성의 그림자이다. (p42)

사람들은 흔히 유전자를 인간 행동의 적응성을 구속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이다. 유전자는 구속이 아니라 능력을 부여한다. (p101)

유전자 검사가 없으면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확실히 구별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증거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대개 귀가 똑같다. (p116)

신장의 유전율이 90%라고 한다면, 그것은 내 키의 90%가 유전자에서 나왔고 10%가 음식에서 나왔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 표본 내에서 신장의 편차가 유전자에 90%, 환경에 10% 기인한다는 의미이다. (p117)

성격 차이의 40%를 약간 넘는 부분이 직접적으로 유전적 요소에 기인하고, 10% 미만이 공통적 환경 요소(대개는 가정환경)에서 기인하고, 약 25%는 혼자 경험하는 단독환경(질병과 사고에서 학교 친구에 이르는 모든 것)의 영향에 기인한다. (p126)

체중에 있어 두 형제의 상관성은 34%라 한다. 부모와 자식 간의 유사성은 그보다 약간 낮은 26%이다. (p126)

한 가정에서 양육된 것이 심리적 특성에 미치는 효과는 무시해도 될 만하다. 공통의 환경은 성인의 성격 차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p130)

성장할 가정이 있는 한 그 가정이 큰가 작은가, 부유한가 가난한가, 대가족인가 단출한가, 나이가 많은가 적은가 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가족은 비타민 C와 같다. 그것이 없으면 병이 들지만, 일단 섭취하면 많이 먹는다고 더 건강해지진 않는다. (p130)

범죄 성향은 유전율이 상당히 높다. 입양아는 양부모보다는 친부모에 훨씬 가까운 범죄 기록을 보인다. (p131)

소득이 몇천달러에 불과한 생활은 지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연간 소득 4만 달러에서 40만 달러까지는 별 차이가 없었다. 이 발견은 정책적으로 분명한 방향을 알려준다. 중산층의 불평등 억제 보다는 극빈층을 구제하는 정책이 기회의 평등에 더 효과적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p136)

뱀에 대한 두려움은 가장 흔한 형태의 공포증에 속한다. 우연의 일치로, 보고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뱀에 대한 공포를 가령 부모가 뱀을 무서워 하는 모습을 보는 등의 대리 경험을 통해 습득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거미, 어둠, 높은 곳, 깊은 물, 좁은 공간, 천둥소리를 무서워한다. 이것들은 모두 석기시대 사람들을 위협한 것들이었고, 현대생활에서 그보다 훨씬 위험한 것들 즉 자동차, 스키, 총, 전기 소켓은 그런 공포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석기시대의 위험과 관련된 공포를 학습하도록 사전배선돼 있는 것이다. (p273)

토마셀로에 따르면 어떤 유인원이나 원숭이도 틀린 믿음을 다른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인간은 네 살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 능력을 발휘한다. 토마셀로는 이로부터 인간은 타인의 입장에서 그의 마음을 생각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추론한다. (p297)

커뮤니케이션

LG 경제 연구원 "전투력 극대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중에서

무엇을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

  • Situation(Risk & Return) : 직면하고 있는 문제, 우리의 수준, 위험 요인
  • Strategy(Role & Responsibility) : 전략 및 구성원의 임무
  • Trust(Morale & Motivation) : 신뢰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은 반드시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혹과 궁금증을 남기지 말아야 하며, 비판과 반대를 적극 허용하고,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October 30, 2004

아빠~ 힘내세요

아침 출근길

편하게 다니던 본사생활을 접고 삼성동 합동사무실로 옮긴지도 2달이 지나갔다. 본사 근무시는 지하철을 이용해 30분 정도면 출퇴근이 가능했는데 이곳은 지하철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래도 한달간은 꾸준히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퇴근시간이 점점 늦어져 요즘은 차로 출퇴근을 한다.

퇴근시에는 차들이 별로 없어 88이나 강변도로를 이용하면 지하철보다 훨씬 빠르게 집에 갈 수 있지만 출근때는 정말로 정말로 짜증이 난다. 몇 일전에는 2시간 10분이 걸린 적도 있었는데, 오죽했으면 단속카메라를 잡아 주는 GPS 수신기에서 아리따운 아가씨가 "전방에 단속카메라가 있습니다. 조심 운전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평상시 멘트가 아닌 "오랜시간 장거리 운전을 하셨으니 휴식을 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휴식 권유 멘트를 한다. 35km 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를 2시간 넘게 운전하고 있는 내 속도 모르면서. 잠시 한강시민공원에 내려가 쉬었다 갈까?도 생각해 보았다. Emoticon: smile

길은 꼼짝않고 막히는데 끼어드는 차는 또 어찌 그리 많은지... 짜증이 나고 성질이 나지만 가끔씩 나를 미소짓게 하는 것이 있다.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이 노래, 아빠~ 힘내세요. (via reedyfox)

아~ 정말로 힘이 난다. 마음이 가벼워진다. 끼어들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쓰인다. 혼자 딸내미의 모습을 그리며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떠올린다.

October 31, 2004

상권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약 2000세대 대규모 단지이다.
단지내 상가는 정문과 후문쪽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권이 정문쪽과 연계되어 있어 그 쪽 상가는 날로 번창하고 있다. 반면 후문쪽 상가는 좌석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과 근처 세네개 동의 주민들만 이용할 뿐 한산하기 그지없다.

입주하는 가게들마다 몇 달을 못버티고 월세만 까먹고 바로 폐업(?) 정리를 하고 나간다. 그나마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것은 치킨집과 구멍가게 정도. 속된 말로 ‘죽은 상권’이다. 가끔 아내가 "후문쪽 상가는 죽은 상권이라 월세도 싼데 부업으로 장사나 한 번 해볼까요? 아이템만 잘 고르면 성공할 것 같은데" 라며 나의 의향을 묻곤 하면, "뭐 잘될게 있겠어? 들어 오는 족족 망하고, 아파트 상가라 취급할 수 있는 아이템도 한정되어 있는데" 라고 죽은 상권임을 단정지어 대답을 한다. 그런데 그 죽은 상권에 요즘 누구도 예상치 못하던 업종으로 장사 잘되는 가게 하나가 들어섰다.

어느 아파트 상가나 치킨집이 있다. 아이들 어른들 모두 좋아하는 전 국민의 간식, 프라이드 치킨. 출출할 때 아이들하고 배달 주문해서 먹고 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생맥주에 안주삼아 먹는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치킨일 것이다. 죽은 상권이지만 그나마 명목을 유지하던 치킨집에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하여 요즘 호황을 누리고 있으니, 바로 '실내 포장마차'이다.

그동안 안주감으로 치킨만을 울며 먹고 버티던 주당들이 '실내 포장마차'의 정감 어린 메뉴에 너도나도 찾고 있다. 새벽 두세시에도 잠못 이루는 부부들이 들러 소주 한잔씩 기울인다고 한다. 우리집도 일주일에 두어번은 꼭 찾는다. 아이들은 맛깔나는 국수로 한끼 해결을 하고 나와 아내는 아이들을 재워 놓고 소주 한잔을 위해 찾는다. 맛나는 음식도 좋지만 50대 후반 중년 부부의 친절함이 더욱 마음에 든다.

치킨집에서는 소주와 어울리지 않는 안주들만 있어 생맥주를 안주 없이 주문하는 경우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주인 아주머니의 차가운 눈치를 받아 맘편하게 술 한잔 못걸친 경우도 있었는데, 포장마차에선 부담없는 안주거리, 늦은 밤까지 즐겁게 말동무를 해주는 주인 부부 그리고 안주가 모자라면 공짜로 보너스 안주까지 내주는 선심까지 있어 아내와 즐거운 대작을 나눈다.

메마른 콘크리트 건물 속 포장마차에서 술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정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