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붙이고 싶은 버튼 | Main |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

해적과 제왕

Link to Aladdin : ISBN 8989370337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알렉산더 대왕 앞에 사로잡혀 온 해적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 해적에게 물었다. "넌 어찌하여 감히 바다를 어지럽히느뇨?" 그러자 그 해적은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는 당신은 어찌하여 감히 온 세상을 어지럽히는 건가요? 전 그저 자그만 배 한 척으로 그 짓을 하기 때문에 도둑놈 소릴 듣는 것이고, 당신은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그 짓을 하기 때문에 제왕이라 불리는 것뿐이외다."(8p)

18세기 말에 사용되기 시작할 때는 대중의 복종을 강제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정부의 폭력행위라는 의미로 출발한 '테러'라는 단어는 오늘날은 '정치적 종교적 이데올로기적 목적을 쟁취하기 위한 의도적인 폭력의 사용 혹은 폭력 사용의 위협'(본문 237p)으로 정의된다. 가장 대표적인 테러행위로 누구나 9.11을 떠올리듯이 테러는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나쁜(?) 세력들이 행하는 범죄행위라고 아마도 대다수의 우리들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소를 폭격하여 수십, 수백명을 죽인 것을 우리는 테러라 하지 않는다. 미국이 카스트로를 암살할려는 시도를 우리는 테러라 하지 않는다. 테러는 나쁜 그들이 착한 우리를 공격할 때 그들에게 붙여 주는 단어이다.

'국제 테러리즘의 역사와 실체'라는 부제의 이 책은 2차 세계대전부터 9.11까지 세계 전역에서 벌어진 '우리들(제왕)'과 '그들(해적)'의 더러운 짓거리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고, '테러'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우리가 저지른 행위는 '정당방위'나 '보복' 혹은 '선제공격'이라고 명하며 그들이 저지른 행위만 테러라 일컫는 미국과 서방세계국가들의 아전인수격 해석, 테러에 대한 사실적 접근법이 아닌 테러라는 개념을 권력체계에 유리하도록 이용하는 선전적 접근법을 비판하며, 미국과 그의 종속국 이스라엘이 저지른 만행을 자세히 소개한다.

부유하고 힘있는 자들은 자신들이 획득한 것을 때론 폭력과 테러의 수단을 써서라도 평화롭게 향유해야 함을 요구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 반면 나머지들은 조용히 고통스러워하는 한 무시되어 질 수 있지만, 만약 그들이 정당하게 세계를 지배하는 사람들의 삶에 끼어든다면, 힘이 내부로부터 억제되지 않는 한, 정당한 분노와 함께 '세상의 테러들'이 그들에게 쏟아지게 될 것이다. (48p)

그 원칙대로라면 전 세계의 수 많은 사람들이 레이건 대통령을 암살하고, 비록 이 "보복으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들이 다소 죽을지라도" 워싱톤을 폭격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여기에 제시된 사례들과 여타 많은 사례들에서, 그런 단순한 진리가 표현될 수 없고 이해될 수도 없는 한, 우리가 민주적 조직체에 참여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착각일 뿐이다. (84p)

미국 내 정치적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획일적이고 예외의 폭이 극히 좁은 지식인 계층에서 끝없이 계속되는 아랍과 이스라엘간 분쟁의 근본원인은, 즉 크렘린의 강력한 권고하에 끊임없이 유대인을 살해하고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그들의 열망, 어떠한 정치적 타협도 거부하는 그들의 태도이며, 거기에서 이스라엘이 애처롭게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 교리이다. (162p)

힘없는 적들을 상대로 얻는 손쉬운 승리들을 통해 갖는 일반적인 속성 중 하나는 평화적 수단을 추구하기보다는 무력을 선호하는 습관이 든다는 것이다. (281p)

9.11 만행은 정말로 역사적 사건인데, 그 이유는 그 만행의 목표물 때문이다. 미국에게 있어 자국 영토가 심각한 공격을 받은, 아니 위협이라도 받은 것은 1814년 영국인들이 워싱턴을 불태운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이후 2세기 동안 (미국이) 다른 사람들에게 저지른 일들은 돌이켜볼 필요도 없다. 유럽인들에게 있어 그 반전은 훨씬 더 극적이다. 가는 곳마다 테러와 파괴를 자행하면서 세계를 정복하는 동안 유럽인들은 극히 드문 몇 차례의 사소한 예외는 있었지만, 희생자들의 공격에서 안전했다. 따라서 지난 수백 년 동안 용인할 수 있는 행동의 표준으로 여겨지던 것이 순식간에 깨진 9.11 범죄로 인해 유럽과 그 파생국가들(미국, 카나다, 호주, 남아공 등)이 충격을 받는 것도 당연하다.
그들이 뒤이어 발생한 더욱 끔찍한 수난에 대해, 약간 안됐다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흡족한 마음을 갖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결국 희생자들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다. (28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