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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스커트

좌석버스를 타고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데 버스안의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뭘 봐요?"

통로 건너편에 앉아 있는 20대 초반 아가씨 목소리였다. 내 바로 앞에 앉아 있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또래의 청년에게 하는 말이었다.

"아저씨! 왜 자꾸 보고 그래." 라며 대뜸 반말을 한다. 그러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뒷자리로 가면서 조그맣게 욕설을 내ㅤㅃㅐㄷ는다. 아마, 그 청년도 이 욕설을 들었을 것이다.

청년이 아가씨를 자꾸 쳐다본 이유는 아가씨의 예쁜 얼굴이 아니고 짧은 미니 스커트임을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녀를 보는 순간 내심 짐작할 수 있었다. 앞에 앉아 있는 노랑머리의 청년은 아무 대응도 못하고 앞만 보고 계속 갈 길을 갔다. 가끔 한 번씩 뒤쪽을 보기도 했지만 그녀가 내릴 때까지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읽고 있던 책이 머릿속에 들어 올 리가 없었다. 마지막에 욕만 안했으면 '그 아가씨 정말 당차네' 라고 생각했을텐데 욕 한마디가 그 여자의 당당함을 다 깍아 버렸고 천하게만 느껴졌다.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많은 아가씨들이 미니 스커트를 입고 다닌다. 나도 남자의 본능으로 길거리에서 미니 스커트를 볼 때마다 흘깃 한 번씩 눈길이 (무의식적으로 Emoticon: Embarassed smile) 돌아가는데, 보고 나면 '얼마나 추울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짧은 치마가 많이 눈에 띈다.

경기가 나쁘면 미니 스커트가 유행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금년의 유행은

'추리닝패션'으로 일컬어지는 스포티즘에 식상한 사람들이 캐주얼한 레이디라이크룩으로 회귀하는 과정
이라고 진단을 한다.

남자들이 조심해야 할 것 중에 '눈'이 하나 추가되어야 할 겨울이다.

Comments (9)

그 청년이 본것은 과연 무엇 ?


거참...봐달라고 입고 다니는거 아닌가요?

미니 구경하려면 서울이라도 가야하려나...
인천만 해도 구경하기가 어려워서리 ㅋㅋㅋ

차에서 책보는 사람들 보면 부럽습니다.
난 멀미가 나서 못보거든요 ^^;

> 거참...봐달라고 입고 다니는거 아닌가요?

딱 한 번만 봐야지, 자꾸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 딱 한 번만 봐야지, 자꾸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순간순간 못본 것도 보이는데 어떻게...

> 순간순간 못본 것도 보이는데 어떻게...
그건 계속 지켜봐야 보이는겁니다....

디디군! 경험담?

형님. 그게 경험담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경험담.

지속적인 관찰과 적절한 각도 조절 없이
우연히 보는것은 정말..하늘의 별따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