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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 폴리틱스

Link to Aladdin : ISBN 8955612273이 책은 인간이 되기에 1% 부족한 침팬지에 대한 관찰 보고서이다. 네덜란드 아넴에 있는 부르거스 동물원(Burgers Zoo)에서 수 년동안 23마리 침팬지 무리와 같이 하면서 그들의 권력에 대한 집념, 세력 판도가 성적 특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사회적인 교섭의 기초를 매커니즘, 호혜성, 전략적 지능, 삼각관계 인식 등이 인간의 매커니즘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적고 있다.

3마리 숫컷, 이에론, 루이트, 니키 사이에서 벌어지는 서열 싸움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그 어느 권력 게임보다 더 흥미진진하고 재미가 있다. 화해, 간섭, 고자질, 연합 등 인간 사회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온갖 권모술수가 등장한다.

이들 숫놈들간에 벌어진 권력 쟁탈 싸움을 보면,
먼저 루이트와 니키의 연합으로 이에른이 권좌서 쫓겨나고 루이트가 권력을 잡는다. 권좌에서 물러난 이에른은 영향력을 행세하여 니키와 연합 다시 루이트를 쫓아내고 니키를 서열 1위에 오르게 한다. 몇 년간의 평화기는 이에른과 니키의 불화로 깨지면서 그 사이에 루이트가 다시 1인자가 되지만 몇 주후에 니키와 이에른에 의해 루이트는 낭심이 잘리는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이 후에는 본문에서 엑스트라로 잠시 나왔던 또 다른 숫놈 댄디가 등장하며, 이에른, 니키, 댄디의 권력 삼각관계는 니키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종말로 끝나고 만다.

권력에 수반되는 특권인 섹스와 먹이를 위해 침팬지는 천성적으로 권력싸움을 하며 이 과정 중에 내포되어 있는 하나하나의 요소가 인간들이 거북하게 받아 들일 지 몰라도 '정치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단지, 인간과 침팬지의 정치 행위가 다른 점은 '드러내지 않음'과 '드러냄' 뿐이다.

만약 정치를 영향력 있는 지위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사회적 몰수라고 넓게 정의한다면 정치는 모든 사람과 관계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가정, 학교, 직장, 그리고 각종 모임에서 우리는 정치라는 현상과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 갈등을 야기하거나 혹은 다른 이들의 갈등에 개입한다. 우리에게는 지지자와 경쟁자가 있다. 그리고 이들과의 유익한 관계를 매일매일 다져간다. 그러나 이러한 일상적인 정치 행위가 항상 그 자체로서 인식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의도를 은폐하는데 달인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치인들은 그들의 이상과 공약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권력을 향한 개인적 야망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애쓴다. 그러한 야망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결국 누구나 똑같은 게임을 벌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들이 자신의 동기를 타인에게 숨기려 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동기가 자신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이다. 반면, 침팬지는 '더욱 천박한' 자신의 동기를 아주 뻔뻔스럽게 알린다. 권력에 대한 침팬지의 관심이 인간보다 더 강해서가 아니다. 단지 아주 적나라할 뿐이다. (p272)
"동물이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본능만 좇아 산다" 던가 "정치라는 용어는 혈연관계가 없고, 적어도 백 명의 구성원은 갖춘 집단에서 벌어지는 과정에만 적용된어야 한다"라며 동물에 대한 정치이론 적용에 반감을 갖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고도의 정치적 기법으로 관계를 설정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해가는 침팬지들의 생활 면면을 알게 되면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말이 일리가 있다.
아넴에서의 연구가 내게 가르쳐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정치의 기원이 인류의 역사보다 더 오래됐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내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의 행동 패턴을 침팬지에게 투영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옳지 않은 것이며, 오히려 그 반대가 진실에 가깝다. 침팬지들의 행동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인간을 또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p272)
전 공화당 하원의장이었던 뉴트 깅그리치(Newt Gingrich)가 이 책을 의회 필독서로 추천을 하였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이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이 있을까? 의아스럽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최재천 교수의 서평을 링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