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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의 성과와 한계

부족함을 채워준 조명래 교수의 '청계천 복원의 성과와 한계'.

복원의 실체란 관점에서 볼 때 청계천 복원을 둘러싸고 일었던 논쟁의 핵심은 도심하천으로써 청계천 복원을 어디까지 해야 하냐는 것이다. 생태계의 복원, 즉 생태복원은 자연적이고 인위적인 간섭에 의해 훼손된 서식지나 생물종을 훼손 이전 상태나 유사한 상태로 되돌려내는 행위를 뜻한다. 생태복원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대별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생태 복원이 인간의 활동을 최대한 배제함으로써 토지와 같은 자연을 '재야생화(re-wild)'하는 작업으로 인식하는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인간 활동을 복원계획에 최대한 포함시켜 토지를 ‘재정원화(regardening)’하는 것이 복원의 주된 목표다(안병옥, 2003). 이러한 차이는, 미국에서는 자연이 주로 인간의 활동에 의해 훼손되었다(degraded)고 보는 인식이 우세한 데 반해, 이탈리아에서는 알프스 지역의 홍수나 산사태처럼 자연적 현상으로 자연의 질이 저하(degenerated)되었다고 보는 경향이 우세한 데서 기인한다.

생태복원을 위한 ‘재야생화’와 ‘재정원화’ 방법을 청계천 복원에 도입하면, 양자의 차이는 도심하천의 특징을 어떻게 해석하고, 도시시스템 속에서 하천의 조건과 기능을 얼마만큼 되살려내느냐에 관한 것으로 나누어진다. ‘재야생화’입장은 도시생태계를 도시의 자연으로 간주하면서 청계천이란 하천을 둘러싼 자연상태, 즉 유역생태계를 최대한 되살려내는 것을 추구한다면, ‘재정원화’입장은 도심하천의 특성상 인간에 의해‘정원으로 꾸며진 자연’상태를 창출하는 것을 추구하게 된다. 전자가 하천이 가지는 생태성을 최대한 되살려 도시적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생태문화주의’를 반영한다면, 후자는 하천이란 환경요소를 도심 재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도시발전을 꾀하는 ‘도시관리주의(urban managerialism) 혹은 도시개발주의’를 표방한다고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생태복원을 전제한다는 점에선 양자는 동일하게 복원생태학적 전망 내에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와 대안을 선택할 때 ‘재야생화’입장은 생태학적 관점에, ‘재정원화’방법은 도시계획학적 관점에 더 가까워진다. 주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재야생화’의 입장은 시민환경단체가 주로 취한 것이라면, ‘재정원화’의 입장은 서울시가 실제 택한 것이다. 양 입장의 차이는 그래서 청계천을 둘러싼 시민사회와 정부(서울시) 간의 차이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출처 : 대한토목학회지

Comments (2)

흥미롭군요. degrade와 degenerate에 그러한 뜻이 숨어있었다니..^^ 저는 개인적으로 재야생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일산에 와서 처음 느낀 것이 인위적으로 예쁘다..였거든요..마치 성형 미인처럼..ㅡ.ㅡ;;

어쩜, 그리도 저와 생각이 똑같으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