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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는가

Link to Aladdin : ISBN 8989229855이 책이나 '카길'이라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는 아래글에서 얻을 수 있다.

20여년전에 포츈지는 미국인 엘리트 집단을 상대로 카길이 어떤 상품을 생산하는 업체인지 조사를 해보았더니 90% 정도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같은 질문을 했을때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참고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카길이라는 이름조차 들어보질 못했다.

기업의 규모와 인지도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볼 때 카길이라는 업체는 실로 투명인간과 같은 존재이다. 그들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 카길은 베일에 싸인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방송언론 등 에서 그 이름을 접할 기회가 드물다. 그리고 그들이 취급하는 상품이 첨가물이나 원자재 등이므로 생산하는 대부분의 상품들을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직접 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금 같은 경우는 직접 생산을 하면서도 우산을 들고 있는 소녀(일명, 소금소녀)가 그려진 유명한 몰튼 상표를 부착하고 시장에 나온다. 2001년 카길 홍보 책자의 회사소개란을 보면 그들이 취급하는 상품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여러분이 먹는 빵의 밀가루, 국수의 밀, 달걀 프라이의 소금이며 토르티야의 옥수수, 디저트의 초코릿, 청량음료의 감미료입니다. 우리는 또한 여러분이 먹는 샐러드의 드레싱의 올리브유이며 여러분의 저녁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이 입는 옷의 면이며 여러분 발밑에 깔린 양탄자의 안감, 여러분이 경작하는 밭에 뿌리는 비료입니다. (p29)

이미 국내에서도 가축사료용 곡물 시장의 선두자리에 선 카길은 한 기업으로서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국가의 힘과 경제학의 전통적 패러다임인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을 무기로 세계 단일의 개방 식량 체계를 꿈꾸고 있다. 그들의 장밋빛 꿈은 소수의 이익을 대변할 뿐 우리에겐 고통만을 안겨 주는 악몽이다.

개도국에서 가장 절실한 농업적 과제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식량을 생산할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각 나라는 국내에서 가장 생산률이 높은 품목을 집중적으로 생산해서 교역해야 한다... 생계형 농업은 자원의 오용을 부추기고 환경을 망칠 뿐이다. (p44)

책을 통해 그들의 실체, 전략과 변이과정 등을 이해하고 FTA 등 우리가 처해있는 정치경제 현안등을 생각하면 우리 밥상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이 소수 생산자의 힘겨운 투쟁만으로는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자성과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카길이 개입되어 있는 모든 글로벌 생산 과정은 봉건제의 재현으로도 볼 수 있다. 인클로저 운동이나 다를 것 없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토지에서 몰아내어 이들을 임금 노동자로 전락시키고 나아가 자급자족을 위해 생산하던 일용품의 고객이 되도록 만들려는 카길의 의도를 알고 나면 분명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p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