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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을 키운다는 것

1주전 우리 집으로 입양된 유기견 슈가가 잘 지내고 있다.
환경변화 탓으로 아직도 설사를 하지만 애들의 지극정성과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점차 나아지고 있다. 유기견을 키운다고 주위 사람에게 말했더니 '병력이 있을지도 모르고 성격에도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로 '정상적으로 자란 강아지를 입양하지 왜 그런 강아질 데려다 키우느냐'고 의아해했다.

유기견은 '내다 버린 개 혹은 버려진 개'를 의미한다. 곱게 자라다가 길을 잃어 미아가 된 강아지가 있는 반면 못된 주인을 만나 비참한 생활을 하다 강아질 사랑하는 민간단체의 도움으로 구제된 경우도 있다. 우리 슈가는 후자에 속한 유기견이다. 처음 데려 왔을 때 사람의 손길만 타도 벌벌 떨었고 피부병 때문에 각질이 심했고, 치주염으로 잇몸이 까맣게 변한 한마디로 애완견이라 할 수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내도 그런 강아지의 꼴에 적지 않은 반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점점 건강을 회복하면서 우리 가족을 따르는 모습에 요즘은 애정을 가지고 돌보고 있다.

슈가의 나이는 어림짐작 5~6세라고 한다. 한 번의 출산 경험이 있는 암컷이지만 보호소에 있을 때 중성화 수술을 받아 이젠 어미로서의 역할도 할 수 없다. 유기견들은 전부 다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고 한다. 그 이유가 충격적인데 암컷들을 입양해 단지 새끼분만용으로만 키우다 나이가 먹어 출산을 할 수 없으면 바로 내다 버리는 못된 인간들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슈가는 성대수술을 받아 짖지도 못한다. 보호소에서 시술했는지 전 주인이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쉰 소리만 내는 가엾기 그지 없는 강아지이다.

슈가의 예전 생활을 목격했던 사람들이 남은 생을 행복하게 돌봐 달라고 관련 싸이트 게시판에 부탁의 댓글을 올리고 있다. 슈가의 수명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우리 가족과 같이 할 날이 채 10년도 안된다. 쉽게 생각하고 입양했는데 같은 인간이 못할 짓을 했던 것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떠 앉는 것 같은 느낌을 갖는다. 그러기에 더 애착이 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