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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없는 날

취기를 가다듬고 좌석버스에서 내렸다. 집까지 걸어서 10여분.
구질구질 오는 비가 싫어 마을버스를 타려는데 마침 타고 온 좌석버스 바로 앞에 그 마을버스가 있다. 방금 막 출발을 한 마을버스를 뒤쫓아 잡아 우산꼭지로 문을 두드렸지만 본채만채 버스는 달린다.
다음 버스를 타려면 무한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맥이 빠져 버스 뒷꽁무니만 쳐다보고 있는데 얼마 못가 앞에서 기다리던 다른 손님이 버스를 세운다. '오호 이런 행운이' 냅다 달려 버스를 탔다. '두 정거장만 가면 집이다. 술에 지친 몸을 빨리 눕혀야 한다.' 달콤한 귀가를 꿈꾸었는데 '이런' 버스를 잘못 탔다. 11번을 타야 하는데 11-1을 탔다.

지난 수요일날 있었던 일을 직장 동료에게 해주니,

버스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났는데 사상자 중에 가장 재수 없는 사람이 잘못 탄 사람과 가는 버스 뒤쫓아 세워 탄 사람이라는 우스개 소리를 들려준다.

그날은 구질구질 내린 비로 재수가 없었던 날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