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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05 Archives

November 1, 2005

거제도에서

1983년 친구들과 서울-강릉-부산-거제도 여행을 계획하고 길을 나섰지만 자금 사정으로 부산에서 여정을 마감해야 했었던 추억이 있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2005년 10월 어느날 거제도를 찾았다. 그 때의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멋진 해안 절경과 맛있는 성게비빔밥은 거제의 아이콘으로 내 기억에 남았다.

건축문화대상

건축문화대상은 평당 가격에 따라 등수가 결정되는구나. Emoticon: smile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토지를 점거해야 하는 건축은, 그 장소가 요구하는 특수한 조건들을 맞춰줘야 한다. 기후와 지리 등의 자연적 조건뿐 아니라 우리의 삶이 일궈낸 인문사회적 환경 속에서 조화롭게 세팅되고 알맞은 옷을 입을 때 이는 그 장소에 적확한 건축이 된다. 서울 시내에 피라밋이 우습게 보이듯이, 파리에 짓는 한국집은 전시 대상은 될지 몰라도 그곳에서의 삶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월간미술-텅빈 충만의 공간, '빈자의 미학 중에서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주관하는 대한건축사협회 게시판 관리자 초긴장모드에 돌입하겠군.

(via 서명덕기자의 인터넷세상)

November 2, 2005

무지는 뻔뻔함의 토양

홍세화의 수요편지 중에서

소년은 국가정체성을 배반한 세력이 국가정체성을 제기하는 역설과, 그런 역설이 관철되도록 앞장선 세력들의 뻔뻔함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뻔뻔함은 대중의 무지 위에 피어나는 독버섯입니다. 글은 기록으로 영원히 남는 것인데, 신문 칼럼이나 시평을 쓰는 사람들이 그런 글을 쓰는 용감성은 사익 추구의 추동력을 빼면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광신자들이 열성을 부리는 이유가 광신 그 자체에 있다면, 사익을 추구하기 세력이 열성을 보이는 것 또한 사익 추구 그 자체에 있습니다.

"광신자들이 열성을 부리는 것이 수치스런 일이라면, 지혜로운 사람들이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것 또한 수치스런 일이다."

홍세화씨의 글 또한 과시가 아니며 부담스럽지가 않다.

November 4, 2005

100% 공감

맞다. 맞어. 이 시대 최고의 방자와 향단이는 이 남자이 여자다.

November 10, 2005

제주도 3박 4일

부서 직원 결혼식 참석 겸 온가족 제주도 첫 나들이.
우도와 마라도는 가보지도 못하고 제주도에서만 있었는데도 시간이 모자랐다. 아이들을 실망시킨 쵸코렛 박물관과 1100고지 정상에서 기름이 떨어져 엄마 속을 태우게 한 내 게으름을 제외하면... 우리 딸내미 얼굴을 찍은 사진 하나가 이번 여행의 재미를 말해준다.

November 11, 2005

빼빼로데이 유감

아들놈의 바쁜 아침 등교 준비. 가방 옆에 커다란 봉투가 놓여 있다. 흘깃 보니 온통 빼빼로 과자로 채워져 있다. '아~ 오늘이 11월 11일 빼빼로 데이구나'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도 한 손에 커다란 봉투를 들고 있었고 그 안에는 포장된 모양을 보니 우리 아들이 준비한 몇 백원짜리 과자가 아닌 근사한 무언가가 들어 있는 것 같다. '큰 놈들도 다 마찬가지구나.'

출근하자마자 부서 여직원이 빼빼로를 건낸다. '그래 너가 우리 자식놈들 보다 낫다.'

온 천지가 빼빼로의 축복을 받은 오늘 눈에 들어 오는 글이 있다. '훈훈한 가정통신문'이라는 제하의 이 글을 읽으니 오늘이 '농업인의 날'이었다는 것을 여지껏 모르고 지냈다는 사실에 부끄러웠고 빼빼로 대신 연필 5 타스를 사주었다는 어느 학부모의 목소리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우리나라 곳곳에서 희망의 빛을 비추고 계시는 참 선생님들에게 깊이 감사드리고 우리 집 새싹들도 그 빛을 받아 곧고 바르게 자라나길 소망해본다.

November 12, 2005

글 읽기와 삶 읽기 1

Link to Aladdin : 8985635026헌책방에 널부려져 있던 '글 읽기와 삶 읽기'라는 3권의 연작 책을 단지 제목에서 풍기는 무게감에 6,000원이라는 헐값을 치루고 사온지 근 몇 달이 지나서야 읽게 되었다. 대학생들이 꼭 읽어 보아야 할 이런 교양책을 내 나이에 읽는다는 것이 어색했지만 이 책을 읽고 헛되이 보낸 나의 학창시절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인간의 생존근거 중 하나인 ‘자아성찰’없이 책읽기를 하는 예비 지식인(대학생)들의 모습을 강의실안 ‘문화이론’이라는 실험적 강좌를 통해 보여 주는, 글쓰기 방법론이나 문학 평론서가 아닌 문화비평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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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5, 2005

Link : 2005년 11월 15일

Sony MP3 Player

일반적으로 여자들 귀걸이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모르겠지만 약 50g 정도 되는 걸 귀에 걸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까?

김초롱과 추성훈

김초롱추성훈. 둘 다 외국인이지만 한 사람은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고 다른 한 사람은 한 편의 프로그램을 통해 재조명되어 많은 이의 찬사를 받고 있다.

한국인의 뜨거운 피를 가지고도 미국인이 되고 싶어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이 북적대는 현실에 외국인에게 정체성 운운하는 것은... 기자양반 팔이 안으로 굽어도 너무 굽었다.

November 16, 2005

Link : 2005년 11월 16일

November 19, 2005

한류우드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일산 킨텍스 근처를 갈 때마다 도로표지판에 적힌 '한류우드'라는 지명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韓流+Wood' 라는 기가 막힌 조어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이름을 지었는지 알 수가 없다.

명칭에 대한 온라인 조사까지 했다는데 그 당시 결과가 어떠했는지 관련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아직도 안내판들이 붙어 있는 것을 보면 그냥 갈 생각인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의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은 한낱 의견일 뿐 손지사는 My Way를 고수하고 있다. 어떤 분이 한류우드 대신 멋진 이름을 하나 올려 놓았는데

'학규우드' 란다. Emoticon: smile

November 21, 2005

외출 준비로 여자들이 소비하는 시간

궁금증 하나 해결. Emoticon: smile

WOMEN spend an incredible TWO YEARS of their lives getting ready to go out.

Picking the right outfit takes the most time ? an average of 26 minutes a day, says a survey by lastminute.com

Hair styling takes another 24 minutes. Washing and applying make-up brings the total to nearly an hour. And that is just on workdays ? although it does include five minutes for breakfast.

Sun

November 22, 2005

탁란

뻐꾸기 탁란이 카메라에 잡혔다.

새들 가운데 속임수로 보면 뻐꾸기를 당해낼 자가 없다. 우아한 목소리의 소유자답지 않게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고는 사라져 버리는 얌체다. 이를 탁란(托卵)이라고 한다. 남의 둥지에 탁란돼 태어난 뻐꾸기 새끼도 어미 뺨치는 사기꾼이다. 도둑인 주제에 다른 새끼들과 평화롭게 살지는 못할지언정 진짜 어미의 알과 새끼를 바깥으로 떨어뜨리고는 둥지와 부모가 가져다주는 먹이를 독차지한다.

속이면 살고 들키면 죽는다

'뻐꾸기' 하니깐 갑자기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진다. 아~ '뻐꾸기'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영화 중에는 이런 영화도 있었지. 근데 뻐꾸기가 밤에 우나?

祺와碁

전신 조훈현씨와 관련된 기사를 읽고 기도(棋道)와 관련된 글을 찾아 보다 발견한 그의 에세이 중에서

바둑판은 우주다.
바둑돌은 우주의 현상이다.
바둑 두는 법은 대자연의 법칙이다.
바둑을 우주의 축소판으로 묘사할 때 흔히 우리는 이런 식으로 표현한다. 스케일의 크기를 논할 게 아니라 판과 돌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쉽게 표현하자면 판은 자연이고 돌은 인간일 수 있고, 판이 전쟁터라면 돌은 군사일 것이다. 판은 링이고 돌은 복서인 것이다. 판은 늘 그대로이지만 돌은 의지에 따라 무수히 변화할 수 있다.

‘碁’는 우주를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움직이려는 인간의 의지가 녹아있는 멋진 글자이다.
‘棋’ 역시 우주 그대로를 압축해 넉넉한 질량을 보유한 글자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전통의 순장바둑은 미리 화점에 돌을 깔고 둔다. 현대의 프로기사들 입장에서는 포석의 운신이 좁아지기에 그리 환영할 수 없는 룰이지만 선조들이 왜 그런 방식을 취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돌들을 미리 자기 자리에 배치한다는 것은 장기와 흡사하다. 양 쪽 모두 동등한 군사를 동등한 자리에 배치하고 병법과 지략을 동원해 전투를 치르는 것. 그래서 현대바둑보다 훨씬 전투적이라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순장바둑 역시 돌의 효율보다 판을 중시하는 우리 선조들의 의식이 만들어 낸 소산이 아닐까?

'祺와碁' 중에서

November 23, 2005

StyleCatcher 에러

MT 3.2로 업을 하면서 설치했던 Plugin 중 원하는 Templates Themes를 손쉽게 한방에 바꾸어 주는 StyleCatcher가 말썽을 일으켰는데 오늘 그 문제를 해결했다.

Error loading Themes! -- Status 200
Pragma: no cache
Error: unknown content type
원인은 Perl module libwww-perl (aka LWP)의 버전 문제인데 5.803 버전으로 업을 해야 정상적으로 작동이 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확실하게 해결해 주시는 비누넷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복수

한계레 비빔툰을 보다 '복수'라는 제목의 공감 100%인 만화 발견하다. Emoticon: Crying smile

Bernhard Edmaier

Bernhard Edmaier, 이 사람의 URL이 왜 내 수첩에 적혀 있을까?

우연히 수첩정리를 하다 수첩 여백에 연필로 갈겨 써놓은 이 사람의 웹싸이트를 뒤늦게 보고 나서 찾아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KAL인지 Asiana인지 기내안의 잡지에서 이 사람의 사진들을 보고 관련 정보를 적어 놓은 것 같다. 하늘에서 본 놀랍고도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들을 담아 내는 사람이다. 그의 사진집 Earthsong은 75,000원.

Vivir sin aire

예전에 카피군 자유게시판에 올려 주었던 이 노래가 갑자기 다시 듣고 싶어졌다. 우리나라에서 이 노래 아는 사람 몇 안되니 저작권 문제는 없겠지.

우연히 Mexico MTV에서 멕시칸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 Best 십인지 백인가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대망의 1위 곡은 영화 아마게돈의 OST인 Aerosmith의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이라는 곡이었고, No.2 곡이 들으시는 곡입니다.

Song: Vivir sin aire
Singer: Mana

Como quisiera poder vivir sin aire
Como quisiera poder vivir sin agua
Me encantaria quererte un poco menos
Como quisiera poder vivir sin ti
Pero no puedo, siento que muero
Me estoy ahogando sin tu amor
Como quisiera poder vivir sin aire
Como quisiera calmar mi afliccion
Como quisiera poder vivir sin agua
Me encantaria robar tu corazon
Como pudiera un pez nadar sin agua
Como pudiera un ave volar sin alas
Como pudiera la flor crecer sin tierra
Como quisiera poder vivir sin ti
Pero no puedo, siento que muero
Me estoy ahogando sin tu amor
Como quisiera poder vivir sin aire
Como quisiera calmar mi afliccion
Como quisiera poder vivir sin agua
Me encantaria robar tu corazon
Como quisiera lanzarte al olvido
Como quisiera guardarte en un cajon
Como quisiera borrarte de un soplido
Me encantaria matar esta cancion

November 24, 2005

위기로부터 배운다

최근 몇 달동안 엉망이된 서비스와 사소하지만 불난 집에 부채질한 직원 등 승승장구하던 Six Apart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 가면서 Mena 아줌마가 느끼고 배운점을 그녀의 블로그에 올렸다. 서비스 불만을 아무리 호소해도 아무 대답이 없는 내가 아는 국내 모업체와는 달리 의사결정자로서 보여야 할 모습을 보인 것 같아 그의 섣부른 추측에 한 표를 던진다.

  • Read what your customers have to say
  • Ignore the tone of nasty complaints, but pay attention to the underlying messages
  • Understand that the people giving feedback represent many who remain silent
  • Don’t spend too much energy on distractions
  • Don't be afraid to communicate
  • Trust your customers

바르고 고운 말

글쓴이의 말대로 '표준말'은 소통을 위한 임의의 약속일 뿐 '바르고 고운 말'이 아니다. 바르고 고운말은 '우리 말' 모두다.

삐딱선

삐딱선을 타기 시작하면 이런 말까지 나오게 되고 왜곡이 된다.

"오히려 업무상 취득한 비밀 등을 뒤에 가서 폭로하는 파트너 섀튼 교수가 더 비윤리적"
본질이 어떠하든 누가 '윤리적'이고 '비윤리적'일 수는 있지만 '더 비윤리적'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Samsung Digimax V700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이길래 이런 대접을 받나 싶어 찾아 보았다.

PC Mag Review : Samsung Digimax V700
Dpreview Review : Samsung Digimax V700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놈들이 우리 것을 뭘로 보고 이런 푸대접 이야. 싼게 비지떡인거 몰라?'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가 없어졌다. Emoticon: smile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KENOX V10이라는 놈이 같은 기종인 것 같다.

청계천

"청계천 넷가가 어디죠?"

퇴근길 미대사관 앞에서 나와 연배가 비슷한 부인이 묻는다.

"예? 청계천 넷가요?"

짧은 순간에 ‘4가 - 사가 - 넷가’라는 숫자 ‘4’와 관련된 생각들이 지나간다.

"예, 청계천 넷가를 갈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돼죠?"

이쪽 저쪽 방향을 가르키는 그녀의 손짓을 보고서야 이 부인이 가고자 하는 곳이 ‘청계천 냇가’, 즉 ‘청계천’임을 알 수 있었다.

"아~ 밑으로 곧장 두 블록 내려 가시면 됩니다." 라고 길을 일러준 후 돌아서며 혼자 짧은 웃음을 짓고 말았다.

'청계천 냇가라고?'

나에게 ‘내, 냇가’라는 이미지는 우리의 어머님들이 빨래를 하고 아이들이 꼬추를 내놓고 멱을 감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는 고향의 작은 하천이다. 그 옛날 청계냇가도 같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테지만 지금의 청계천을 청계냇가로 호칭하는 아주머니의 어딘지 모를 순수함이 나를 미소짓게 했다.

청계천이 하천 고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공으로 조성해 놓은 그 어떤 자연물에 정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인공 폭포가 그러하듯이 지금의 청계천은 단지 인공 수로일 뿐이다. ‘내’도 아니요 ‘천’도 아니다. ‘청계 수로’라 함이 맞다.

블로그 소개 - 우물안 개구리

가장 최근에 관심을 갖고 구독을 시작한 '우물안 개구리'.
반가운 이름 박노자씨도 필진으로 참가를 했다.

November 28, 2005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

Link to Aladdin : ISBN 8936905015트로이 문명을 발굴한 슐리만, 이집트 문자를 해독한 샹폴리옹 그리고 투타카멘을 발굴한 하워드 카터 등 수천 년 전의 신비를 벗겨내기 위해 일생을 바친 위대한 고고학자들의 생애와 당시의 발굴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 흥미진진한 책.

제목처럼(원제는 '신, 무덤 그리고 학자들') 쉬엄쉬엄 마음의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들추어 보는 그런 낭만적인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저자는 역사의 발굴이라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은 고행의 길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고고학자들의 그 때 그 감정을 격동있고 생생하게 전해주고 있다. 투타카멘의 황금초상보다 더 강렬하게 자신을 끌었던 한 묶음의 화환을 묘사한 하워드 카터의 회고를 읽는 순간 나 또한 그 곁에 서서 그와 같은 감동을 느끼며 화환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었다.

그러나 우리의 순수한 마음을 가장 깊게 감동시킨 것은 초상의 이마 주위에 놓여진 한 묶음의 화환이었다. 그것은 청상과부가 된 나이 어린 왕비가 남편에게 바치는 마지막 작별의 선물이었던 것이다. 제왕의 온갖 화려함과 위풍당당함은 아직도 희미하게나마 색깔을 부지하고 있는 이 빈약한 한 묶음의 시든 화환의 아름다움 앞에 빛을 잃는 것 같았다. 그 화환은 3000년의 세월이 진실로 얼마나 짧은 순간인가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 그렇다, 어제와 오늘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실로 아련한 자태가 고대와 우리의 현대문명을 하나로 묶어 주고 있는 것이다. (p230)

돈과 영예를 떠나 황금보다 꽃 한다발에 더 큰 의미를 줄 수 있는 고고학자들의 이야기...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낭만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든다.

피라미드의 의미는 이집트의 신앙으로만 이해될 수 있다. 피라미드를 세우려는 충동은 육체가 죽은 후에도 영혼은 영원히 존재한다는 이집트의 근본적인 신앙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현세의 땅이나 하늘과는 별도의 장소에 내세인 미래가 있다. 이 내세에는 신의 심판을 통과하여 영의 세계에 살도록 허락 받은 죽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중요한 것은 이 적부심사인데 그들은 이때 그들 종교의 신경(secrete formules)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이승의 삶에 부족함이 없는 모든 것들을 지니고 있어야만 했다. 사후를 위해 지녀야 할 세간살이(paraphenalis)는 사람이 생존시 사용했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실질적으로 사는 집, 먹을 것과 마실 것 뿐만 아니라 하인과 노예와 관리들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유로이 다니던 영혼이 - 이집트 말로는 ‘바’ - 예전에 속해 있던 곳, 즉 육체 자체로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시신이 영원히 손상되지 않고 남아 있어야 했다. 또 육체는 자신의 수호령(protective spirit), 즉 우리들 인격체의 타고난 생명력인 카(Ka)에게 집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도 온전하게 보존되어져야 했다. 왜냐하면 이 ‘카’는 어원이 ‘바’처럼 불멸의 것으로서 죽은 자들이 내세에서 9미터나 자란 밀들을(물론 다른 농작물도 마찬가지지만) 베고 거두어 들이는 데 필요한 힘을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사후의 세계에 대한 개념은 두 가지의 결과를 가져왔는데 미이라를 만드는 것과 요새같은 피라미드를 세우는 것이었다. (p162)

거대한 규모의 피라미드를 세우는 것을 중단한 형이하학적인 이유는 무덤도둑들이 점점 대담해진 때문이다. 사실상 어떤 마을들에서는 수세기 동안 걸쳐서 무덤도굴을 직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원히 배고픈 다수가 영원히 잘 먹고 잘 사는 소수에게 반발하여 일어난 현상이었다. 피라미드에 의해서는 죽은 사람의 안전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게 되자 새롭고 더 복잡한 보호방법이 필요해졌고 결과적으로 무덤을 다른 양식으로 짓는 도리밖에 없었다.

그러나 피라미드의 건립이 쇠퇴하게 된데는 더 어쩔 수 없는 비물질적인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역사 형태학적인 접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형태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화는 발생과 멸망에 있어서 유사점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한 번 문화적인 감각이 일깨워지면 하늘을 찌를듯한 기념물들을 세우는 경향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바빌로니아의 탑 모양의 신전과 로마네스크-고딕 양식의 교회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서로 다른 점이 많지만 이들은 근본적으로 동일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이 건축물들은 마구 넘치는 야만적인 힘으로 거대한 건축물들을 지어냈던 문화의 초기단계의 것들이기 때문이다. 의식의 어두운 밑바닥으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장애를 모르는 힘은 건축 계산법에 필요한 정역학을 꽃피우고, 불굴의 의지로 자연으로부터 기계공학을 배워내서는 문화로 하여금 그 분출구를 찾게 해주는 것이다.

기술혁신 시대인 19세기에는 이러한 일이 예전에 가능했다고 믿지 않았다. 서양의 기술자는 그러한 거대한 건축물들이 도르래와 권양기와 기중기 같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세워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러나 기념비를 세우려는 충동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 주었다. 그래서 초기문화의 양적인 힘은 궁극적으로 후대 문명의 질적인 힘에 못지않은 업적을 이루었던 것이다. (p165)

미이라를 뜻하는 ‘mummy’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이것은 12세기의 아라비아의 여행가인 압드 엘-라티프가 mummies가 약용으로 싸게 팔리고 있다는 것을 조사한 데에도 나타나 있다. mumiya 또는 mumiycai는 압드 엘-라티프에 의하면 역청 또는 ’유태인의 송진‘을 뜻하는 아라비아의 단어이다. 이 송진은 페르시아의 데랍게르드에 있는 머미산에서 바위로부터 스며나오는 것이다. 압드 엘-라티프가 mummy를 언급했을 때는 송진과 물약을 합한 것을 뜻했다. 16,7세기까지도 - 사실은 100년 전까지도 - 골절과 상처에 치료약으로 쓰이는 물질인 ’mummy’라는 약의 매매가 활발했었다. ‘mummy’는 또한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잘라낸 머리와 손톱도 뜻했다. 이것들은 마법에서는 몸 전체를 상징하는 뜻에서 귀신을 쫓아내거나 마법을 거는데 쓰였다. 오늘날 ’mummy’란 말은 거의 언제나 방부처리된 시체, 특히 고대 이집트인들의 보존이 잘된 시체를 뜻한다. (p198)

November 30, 2005

종이비행기

이 놈이 종이 비행기의 결정판이란다. 만드는 법까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시원한 공기도 마실 겸 옥상으로 올라가셔서 멋지게 날려 보시길. Emoticon: Open-mouthed smile

아빠가 늦은 이유

일주일간의 냉전은 2kg의 체중 감소와 싸늘한 잠자리라는 나의 일방적인 패배로 결국 끝이났다. 화합주 한 잔 걸치고 늦게 들어온 엄마아빠를 보고 막내놈이 묻는다.

“엄마! 아빠랑 화해하셨어요?”

“응, 아빠가 다시는 안 그런다고 반성문을 썼어”

“아~ 그래서 맨 날 반성문 쓰느라고 늦게 오셨구나.”